전국대회서 상도 많이 탔고요
밴드 보컬·창작시 활동도 해요
우상은 '코린 베일리 래'에요

전교생 23명의 작은 중학교. 30분 동안 걸어서 학교를 오가는 길에 정우(15·합천 가회중 3학년) 학생은 노래를 불렀다. 홀로 불렀던 노래를 이제는 대중 앞에서 부르는 일이 잦아졌다. 정우 학생은 이제 가수를 꿈으로 자신을 훈련하고 있다. 지난 4일 가회중 음악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가 떨린다며 처음엔 친구 손을 꼭 잡고 나타났던 학생은 노래를 요청하자 이내 풍부한 감성으로 노래를 멋지게 들려줬다.

◇초등학교 때부터 꿈은 '가수' = '우야'라고 불리는 학생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장래희망 칸에 '가수'를 적었다.

그는 "유치원 졸업앨범을 보면, 마이크 들고 노래 부르는 사진이 많아요. 장래희망은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가수예요. 중학교 들어와서 실용음악 학원도 다니고, 대회도 나가고 그래요"라고 말했다.

합천에는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곳이 없어서 진주까지 가서 레슨을 받고 있다고. 학교를 마치자마자 시외버스로 1시간 거리를 오가고 있다. 하루에 4∼5번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여서 발을 동동 구르며 다니고 있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막차가 7시 50분이어서 시간에 맞춰서 레슨을 받으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작년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 학원을 오가는 게 쉽지 않지만, 가수라는 꿈을 향해 다가가고자 하는 의지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학생은 부산, 합천 등지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참여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했다. 가끔 일당도 받고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음악 교사에게 방과 후 작곡반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작곡도 배우고 있다. 작곡을 배우면서 친구들과 함께 창작뮤지컬 곡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매주 목요일 멜로디를 만들고 코드를 만들어서 곡을 짓는 활동을 하고 있다.

▲ 가수를 꿈꾸는 합천군 가회중학교 정우 학생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가수를 꿈꾸는 합천군 가회중학교 정우 학생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 =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는 직업을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는 뭐였을까.

정우 학생은 "초등학교 때 장기자랑 할 때마다 제가 노래를 불렀어요. 수업시간에도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요. 학교 강당에서도 점심시간에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초등학교 선생님이 먼저 노래를 배워보라고 했어요. 이선희 '인연'을 부르는 것을 듣고선 중학교에 가서는 본격적으로 실용 음악을 배워보라고 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 만난 음악교사도 정우 학생의 재능이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박정현 가회중 음악교사는 "처음 정우를 본 건 초등학교 급식소였다. 가회초와 가회중이 가까이에 있다. 중학교 급식소가 없어서 가회초 급식소를 같이 이용한다. 정우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급식소에서 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는 걸 들었는데, 성숙미가 있게 노래를 불러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사는 "정우가 학교 외에는 음악을 접하진 못했다. 지금은 학원에 다니고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줄곧 다니진 못했다. 저녁에 따로 남아서 작곡을 하기 위한 기본 지식을 알려주는 수업을 한다. 기본적인 이론을 가르쳐줬다. 정우는 의욕이 높다. 음악과 관련한 모든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굉장히 밝고 당차다. 애착이 가는 친구"라고 했다.

◇경연대회에서 수상도 = 정우 학생은 작년에는 '따란따란'이라는 밴드도 만들었다. 명칭에 특별한 뜻은 없고 그저 즐겁게 연주하는 밴드라고 설명했다. 밴드에서 보컬을 담당한다. 보컬, 드럼, 피아노, 전자기타, 베이스기타 연주자 등 학교에서 5명으로 밴드를 구성했다. 피아노, 기타 등을 곧잘 연주한다고 했다.

노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경연대회에 나가서도 성과를 거뒀다. 2017년 제2회 경남예술고 전국실용음악경연대회 보컬부문 3위, 2018 제3회 경남예술고 전국실용음악경연대회 보컬부문 3위, 2017년 합천 청소년 예능 경연대회 '슈퍼스타 H.C.' 우수상, 2018년 합천 청소년 예능 경연대회 '슈퍼스타 H.C.' 대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 9월에는 합천군 황강 백일장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음악대회가 아닌 백일장에 출전한 이유를 물었다.

정우 학생은 "중고등부에서 시조를 썼다. 시조는 노래 라임 같다. 시조는 형식에 맞춰서 쓰기에 곡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대회에 나가기 전에 책 한 권 분량의 창작시를 가지고 있었다. 시험기간에도 매일 시를 썼다"고 했다.

▲ 가수를 꿈꾸는 합천군 가회중학교 정우 학생.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가수를 꿈꾸는 합천군 가회중학교 정우 학생.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울림 주는 노래 부르고파 = 좋아하는 가수를 묻자 주저없이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를 꼽았다.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자 하는 학생의 꿈이 그대로 느껴졌다. 코린 베일리 래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singer-song writer·노래를 부르면서 작사나 작곡도 겸하여 하는 사람)다.

한국 가수 아이유도 자신의 우상으로 코린 베일리 래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생에게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은지 물었다. 성숙한 답변이 돌아왔다.

정우 학생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서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내가 위로 받고, 내가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일 자신 있는 곡은 박정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라고. 이 노래로 합천 청소년 예능 경연대회 '슈퍼스타 H.C.'에서 대상을 탔다.

앞으로 가수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내년에 검정고시를 치고 실용음악을 배울 수 있는 대학에 빨리 가려고 한다. 음악을 배우면서 공연을 하는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자 한다. 시집도 많이 읽고, 시도 많이 쓰면서 글을 쓰는 노력도 계속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84-9093-07(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10월 10일 자 드림스타 25편 빈정원 창원남고 학생에게 후원금 511만 2000원(BNK경남은행 500만 원 특별후원)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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