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 미간·호흡까지 생생히

올해로 3회째인 창원국제실내악축제(15~23일)가 후반부로 접어들었습니다. 실내악(室內樂)은 2~10명 연주자가 지휘자 없이 서로 대등하게 연주합니다. 근데 왜 창원에서 실내악축제를 하느냐고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주최 측인 창원문화재단 관계자에게 물으니 "대학이나 민간에서 활동하는 실내악 단체가 많고 시민에게 깊이 있는 클래식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자"라고 합니다. 지난 20일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린 '보헤미안의 추억'을 봤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예술감독)·이리나·이우일, 첼리스트 김민지,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비올리스트 김상진, 피아니스트 조수현, 트럼피터 박용하, 바수니스트 한광현, 더블베이시스트 슬라보미르 그렌다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공연 안내방송이 시작되자 악기가 아닌 마이크를 든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이날 연주자이자 해설자로 무대에 오른 김상진 연세대 교수인데요. 그는 관객이 클래식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짤막한 곡 소개를 곁들였습니다.

▲ 지난 20일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린 '보헤미안의 추억' 공연. /창원문화재단
▲ 지난 20일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린 '보헤미안의 추억' 공연. /창원문화재단

첫 곡은 헨델과 노르웨이 작곡가 할보르센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파사칼리아'였습니다. 관객은 오롯이 이경선(바이올린)·김상진(비올라)의 연주에 집중했습니다. 활이 아닌 손으로 현을 튕기는 피치카토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고 바이올리니스트가 역동적으로 연주할 때마다 그의 귀걸이도 같이 춤을 추었습니다.

두 번째 곡은 러시아 작곡가 글리에르의 바이올린과 더블베이스를 위한 모음곡이네요. 창원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이우일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더블베이시스트 슬라보미르 그렌다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음악에 따라 발가락과 어깨가 꿈틀꿈틀 춤을 출 정도로 곡이 신나더군요. 대규모 교향악단 연주에서 엉덩이를 의자에 걸쳐 연주하는 더블베이시스트만 보다가 이날 의자 없이 서서 연주하는 모습이 색달랐습니다.

세 번째 곡은 체코 작곡가 마르티누가 발레와 함께 연주하려고 작곡한 '요리책'인데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바순, 트럼펫, 클라리넷 연주자의 호흡이 돋보이는 곡이었습니다. 쉬는 시간(15분) 후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현악5중주 제2번 사장조 작품 77이 흘러나왔습니다. 연주자들끼리 눈빛으로 소통하는 모습, 미세하게 미간을 움직이는 모습, 악장과 악장 사이 호흡을 가다듬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공연 후 연주자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선 김창일(62) 씨는 3년째 창원국제실내악축제를 찾은 클래식 마니아인데요. 그는 "클래식 끝은 실내악이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고 하지만 아기자기하고 친밀해 좋아한다"며 "금요일(22일) 한국 실내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부스 콰르텟 공연에도 올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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