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겨울 대비하는 치열한 생존전략
총성 없는 경제전쟁서 승리할 방책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 엊그제였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따사했던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느낌이다. 어느새 산과 들녘엔 울긋불긋한 단풍이 슬며시 내려앉아 바라보는 이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신다. 매해 이맘때쯤이면 늘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단풍이건만 수고하지 않았는데도 기꺼이 내어주는 자연의 넉넉함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처럼 아름답고 우리 마음을 한껏 사로잡는 단풍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폭풍 한설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나무들의 민첩한 겨우살이 채비임을 인식해야 한다.

자연의 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나무의 경우 잎사귀에서 광합성이 일어나는데 잎사귀는 엽록소를 포함해 70여 종의 색소를 보유하고 있다. 일조량이 많고 물이 풍부한 여름은 광합성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이 때문에 광합성에 필요한 엽록소 활동이 활발해져 여름 한철 산과 들의 숲은 엽록소 푸른 녹색이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 일조량이 크게 부족하고 강수량이 적어서 광합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면 나무들은 마치 오류가 전혀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능동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처럼 계절의 미묘(微妙)한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감지, 점진적으로 광합성을 중단하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가동한다. 광합성이 중단되면 녹색을 띠는 엽록소는 점차 소멸하고 숨어있던 다양한 색소가 비로소 활동을 시작한다. 가령, 단풍나무의 경우 잎사귀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은 빨간 단풍으로, 은행나무의 경우 '카로틴' '크산토필'은 노란 단풍을 창출해 낸다. 또한 노란 색소의 카로틴과 붉은 색소의 안토시아닌이 결합해 주홍색의 단풍을 만들기도 한다.

결국 우리 눈에 비치는 단풍은 여름 내내 생성한 에너지를 보존하여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한 나무들의 전략적인 겨울 채비인 셈이다. 겨울이 도래할 때쯤이면 광합성 기능을 다한 잎사귀가 소모하는 에너지조차도 절약하기 위해 물과 양분의 공급을 차단하는 '떨켜층'을 만들어 낙엽을 만든다. 냉엄하지만 현실적이고도 기발한 생존전략이 아닐 수 없다. 마주한 상황에 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연의 섭리에 숙연해질 따름이다.

작금에 우리 경제가 곤혹스러운 국내외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중국의 G2 기술 패권 전쟁 및 일본 수출규제에서 보듯 상대국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조가 판을 치고 있다. 그리고 4차산업혁명 주도권을 움켜쥐기 위해 전 지구촌이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4차산업혁명을 대변하는 혁신기술은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매김할 것이며,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제시스템 및 패러다임을 구축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존하기 위해선 주도권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상황은 어떠한가? 혁신기술 규제로 유능한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엑서더스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기반인 수출은 새로운 성장 동력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면서 국내 경제가 끝 모를 저성장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꽉 막혀 있는 사면초가의 답답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우리 경제는 앞으로 들이닥칠 폭풍 한설을 버텨낼 수 있을까? 황홀한 가을 단풍 너머 그 이면을 냉철히 곱씹어 볼 때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