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선 토론회서 "사업자 입맛대로 못하게 해야 객관성 확보"

개발사업자에 의해 시행되는 환경영향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려면 공탁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은 평가 기관의 독립성 보장"이라며 "사업 주체가 비용을 내되, 공공기관이 대행업체에 맡겨 사업 주체와 연결고리를 끊는 공탁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상돈(바른미래당)·이정미(정의당)·한정애(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준)가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는 개발사업에 앞선 환경영향평가서가 대부분 엉터리로 작성되고 있다는 성토로 시작됐다.

지난 9월 환경부가 부동의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는 조사표가 없거나 조사지점 확인이 불가능한 조사표가 있었다. 멸종위기종 산양 조사는 평가서에는 1마리라고 했지만, 정부기관 조사에서는 56마리까지 관찰됐다.

낙동강 하구 대저대교(식만~사상) 건설 환경영향평가는 50㎞가 넘는 조사지역을 6시간 동안 식물상·포유류·양서파충류·조류·곤충류를 도보로 모두 조사했다고 돼 있다. 공사 지역에 수년째 서식하는 큰고니(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수백 마리는 환경영향평가서에 언급조차 없었다.

▲ 21일 국회에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
▲ 21일 국회에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

제주도 비자림로 확장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는 멸종위기종은 단 한 종도 서식하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지만, 팔색조·긴꼬리딱새·원앙·붉은해오라기·두점박이 사슴벌레 등 멸종위기종 8종을 시민들이 찾아내기도 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가 개발할 곳은 개발하고 보존할 곳은 보존하도록 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막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홍 교수는 "수십 년간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된 이유는 간단하다. 환경영향평가를 개발사업자가 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자는 신속한 개발과 공사비 절감을 위해 의도적 거짓·부실 평가보고서 작성을 지시할 것이고, 평가대행업체는 갑을 관계와 지속적 계약을 위해 사업에 유리하도록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와 같은 문제점에 동의하고, '환경영향평가 비용 공탁제'를 공약했지만 아직 국회는 법 개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토론에는 김은경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장, 이상범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원, 박민태 (사)환경영향평가협회 대표, 신지현 녹색법률센터 변호사, 강은주 생태지평 연구원이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협의기관과 위원회가 개발사업자의 거짓·부실 보고서를 형식적으로 검토하는 문제는 원본자료를 일반에 공개하면 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또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판정되면 사업자와 평가대행업자에게 공동 책임을 묻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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