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학점제로 수능 비중 줄이고 대학은 선발 전문성 높여야
정시비율 늘면 문제풀이식 교실로 회귀…지방대학에도 불리

국민의 여론과 교육계는 대입제도를 두고 시각차가 크다.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 조사에서는 정시 확대 의견이 높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0월 25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한 '대입 정시 확대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63.3%가 수능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 확대에 찬성했다. 이달 3·4일 매일경제신문·MBN이 여론조사전문기관 (주)메트릭스코퍼레이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정시 비중 확대'에 대한 긍정평가가 62.2%로 조사됐다.

반면, 교육 현장에서는 정시 비중 확대로 나타날 우려점이 크다는 시각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비하면서 학생의 교과 선택권을 높여가고자 하는데, 수능 정시 확대가 추진되면 자신의 진로보다 수능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토론과 발표 수업을 확대해 온 교육과정도 다시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대입 제도 개편에 대해 1년간 연구를 해온 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최근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대입제도개선연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을 만나 연구단 연구 결과와 현재 대입 제도에 관해 물었다.

- 대입제도개선연구단 단장을 왜 맡게 됐나?

"작년 9월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결과를 토대로 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제주에서 있었다. 그동안 교육감들은 대학입시는 교육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당·정·청이 만드는 것이지, 교육감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2015개정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고교학점제로 가려면 수능은 어느 시점에 가서는 절대평가가 돼야 한다. 수능 비중이 높아질수록 고교학점제는 어려워진다. 수능 비중이 높아질수록 다시 야간자율학습, 문제 풀이식 수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교육감으로서 발끈했다. 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대입제도를 연구해서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중등 교사 출신인 내가 자청했다."

- 지난 4일 연구단이 발표한 내용이 최종 결과인가?

"지난 2월 1차 중간보고 결과를 발표했고, 4일 발표한 것은 17개 시도교육청 교사로 구성된 연구단의 1년간 연구결과를 교육감협의회에 보고한 것이다. 연구 결과, 연구 과정은 교육감협의회 회장, 연구단장도 영향력을 미치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했다. 교육감협의회 의견이 담긴 최종 발표는 12월 중에 포럼 형태로 발표할 예정이다."

▲ 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 개선연구단장인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김구연 기자 sajin@
▲ 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 개선연구단장인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김구연 기자 sajin@

- 연구단이 밝힌 개편안의 핵심은 무엇인가?

"고교학점제가 2025년에 도입된 후 2028년 첫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게 된다. 수시·정시를 통합해서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자 했다. 수능은 5단계로 절대평가하고자 했다. 연구단 연구 결과 보고를 받은 후 교육감들은 큰 틀에서는 대체로 찬성했지만, 일부 반대하는 교육감도 있었다. '수능을 왜 살려두느냐' 하는 것이었다. 단계별(A, B, C, D, E)로 수능 변별력은 둔 부분은 현실과 타협한 것이라 본다."

- 연구단이 수능을 대학입학 참고 자료 정도로 활용할 수 있게 비중을 낮추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러면, 대학 입학 시 학생 변별력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수능 비중을 낮추면 학생부로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이런 것에서 변별력이 있다. 이제는 대학이 학생들을 골라가는 능력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대학이 입학사정관 수를 늘리고, 전문성을 높여가야 한다."

- 연구단의 중장기 대입 개편안이 이상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교육부가 시도교육감협의회 제안에 대해서 타당성을 인정한다면, 이런 안을 마다치 않을 것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 60% 이상이 수능 정시 확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그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 2025년 고교학점제라고 하는 거대한 사회적 합의를 두고, 지금 자꾸 여론 따라서 수능 확대로 가선 안 된다. 여론이 정시 확대라고 여론대로 따라간다면 '개념 없는 정부', '철학 없는 정부'가 된다."

- 최근 교육부가 서울 지역 대학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기소개서에 기재 금지하는 사항을 고교 프로파일 등에 편법으로 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제재가 없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2010년) 의혹은 2013년부터 시행된 학생부 종합전형 이전 제도인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될 때 문제라고 하지만, 현재까지 각종 학종의 편법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

"조국 전 장관 딸 입시 건은 지금 상황에선 절대 있을 수 없다. 입학사정관제 도입되고 첫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정성평가가 이뤄지는 한 탈락자를 위시한 비판을 하려는 사람은 공정성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도 타협할 수밖에 없는 게 비교과 영역은 배제하고 교과 중심으로 가는 것이다. 학생부 기록을 할 때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규격화하고 글자 수를 제한하는 방법 등이 있다. (실제로는 비교과 영역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바라보지 않으면 비교과 영역을 줄이고, 교과 영역 비중을 높여나가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 수시, 정시 비율이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나?

"대학이 왜 학종으로 갔나를 봐야 한다. 대학이 학종이 유리하니까 간 거다. 수능보다 수시 학종으로 뽑은 학생이 학점이나 중도탈락률이 낮다는 자료도 있다. 과거 학부모들은 수능으로 70% 학생을 뽑을 때는 수능을 반대했었다. 어떤 제도가 주류를 이루면, 그 제도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금 수능 정시 30%, 수시 70%다. 수시에서 정원을 못 채워서 이월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정시 30% 이상, 수시 66%대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정시를 자꾸 늘리면, 사실상 우리 지방대학들은 문 닫는 날이 빨라질 것이다. 지역 학생들이 정시로 갈 가능성이 커지면 재수하게 되고, 그러면 지방대는 정원도 못 채울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정시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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