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곳 대표·기획자 모임
창원 '부마민주영화제'참가
대중성-예술성 사이 고민 나눠

19일 오후 4시 전국 예술영화관 관계자 15명이 창원시 창동예술촌 내 씨네아트 리좀에 모였다. 아트나인, 아트하우스 모모, KU시네마테크, 필름포럼, 에무 시네마(이상 서울), 영화공간 주안, 추억극장 미림(이상 인천), 헤이리시네마(파주) 등 제법 잘 알려진 곳의 대표, 기획자들이다.

이날 모임은 지난 14일에서 30일까지 리좀에서 열리는 제3회 부마민주영화제(BMDFF) 행사의 하나였다. '문화민주화를 위한 예술영화관의 역할과 기능'이란 제목이 붙었지만 따로 회의 자료가 있는 건 아니었고, 정기적인 만남 정도로 보면 되겠다. 이들 예술영화관 관계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모인다고 한다. 지난 모임은 지난달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던 부산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먼저 돌아가며 간단하게 근황을 나눴다.

요즘이 영화 비수기여서 힘들다는 이야기, 이번에 처음으로 구청에서 지원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영화 기획전을 내년으로 미뤘다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뜻밖에 일본과 교류를 하는 곳이 많았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단순히 영화관뿐 아니라 리좀처럼 다른 예술 분야 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일을 하는 곳도 있었다.

▲ 19일 창원 씨네아트 리좀에서 열린 전국 예술영화관 관계자 워크숍. /이서후 기자
▲ 19일 창원 씨네아트 리좀에서 열린 전국 예술영화관 관계자 워크숍. /이서후 기자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영화 이야기로 넘어갔다. 계획 중인 영화제 고민도 나누고 개봉을 준비하는 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말이나, 영화를 찍을 예정인데 서로 협력할 방안이 없을까 하는 내용이었다.

올해는 한국 영화가 풍요로웠다는 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집>(윤가은 감독, 2019년), <벌새>(김보라 감독, 2019년) 등 독립영화가 호응을 얻으면서 예술영화관에서 한국영화 관객이 외국영화 관객을 앞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예술영화관들의 고민도 깊다. 나름 자기만의 기획전을 계속 하고 싶지만 사람들이 잘 안 보는 분야의 영화가 분명한 상황에서 관객 수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술영화가 아니면 공간을 운영하는 의미가 없다는 데는 다들 동의했다.

넷플릭스 제작 영화가 복합영화관(멀티플렉스) 문을 열기 시작한 것도 중요한 화제였다. 온라인 영화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초기에는 기존 복합 영화관들과 갈등으로 주로 예술영화관에서만 상영됐었다. 지난달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더 킹 : 헨리 5세>의 인기가 증명했듯, 이제 넷플릭스 제작 영화를 복합영화관들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장 20일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2019년)이 메가박스에서 개봉했다. 이렇게 복합영화관에서도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면 예술영화관 관객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예술영화관들이 다들 여유롭거나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나마 고민을 나누고 조언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어려운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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