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전 결혼해 진주에 신접살림 차린 새신랑도 실종
해경, 8m 남짓 선미 부분 인양해 화재 원인 분석 예정
시신 발견된 60대 부검 결과 익사…오늘 사천으로 운구

대성호 화재 사고 이틀째인 20일 실종자 가족들은 제주와 통영에서 수색 상황을 애타게 지켜봤다. 승선원 12명 가운데 시신으로 발견된 ㄱ 씨 가족을 포함해 실종된 11명 가족 중 일부는 사고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제주로 출발했다.

◇실종자 가족들 사고 현장으로 = 제주해양경찰서는 이날 실종자 가족 요청에 따라 500t급 경비함정 521함을 긴급 배치해 실종자 가족 8명을 태우고 출항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에 실종자 수색 상황과 사고 현장을 직접 보고 싶다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제주시 한림해양파출소에 도착해 대기하다가 낮 12시 55분께 한림항 비양도 도항선 선착장 인근에 정박해 있던 해경 보트에 탔다. 이어 한림항 인근 해상에 대기하던 521함으로 옮겨 타고 사고 해역으로 갔다.

해경은 경비함정을 항구에 정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보트를 타고 나가 경비함정에 승선했다고 전했다.

▲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대성호 화재 실종자 수색 이틀째인 20일 해경 함정과 단정이 대성호 선미 부분이 있는 해역에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대성호 화재 실종자 수색 이틀째인 20일 해경 함정과 단정이 대성호 선미 부분이 있는 해역에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 베트남 선원 6명 중 5명 한마을 이웃사촌 = 대성호 화재 사고로 실종된 베트남 선원 6명 가운데 5명이 한마을 출신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선원 가족들은 이날 오후 통영시청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가족들에 따르면 실종 선원들은 베트남 꽝빈성 어촌마을 딴쑤언에서 조업하다 한국으로 한두 명씩 입국했다. 한국에서 조업하는 게 베트남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어서 선원취업(E-10) 비자를 발급받았다. 다른 1명도 꽝빈성 바로 위에 있는 하띤성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실종 선원은 두 달 전에 결혼해 진주에 신혼집을 마련한 새신랑으로 확인됐다. 그의 아내 ㄱ(23) 씨는 "(남편을) 빨리 찾고 싶다. 빨리 찾으면 좋겠다"며 "안 좋은 일이 없도록 기도한다.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원 가족은 이번 사고로 사위와 처남이 한꺼번에 실종됐다. ㄴ(47) 씨는 "살아 있으면 좋겠지만, 시신을 들고 가서 장례식이라도 진행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실종자 가족 대기실을 찾은 베트남 선원 가족들은 현재 한국에 살고 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다른 가족들은 비자 신청 등으로 이르면 23일께 입국할 예정이다.

◇화재 원인 밝혀지나 = 해경은 대성호 선미 부분을 인양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 협조를 받아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도면상 대성호 선미에는 취사실과 선원 침실이 있고, 침몰한 나머지 부분에는 어창·기관실·조타실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에 따르면 인양 예정인 선미 부분은 대성호 전체 길이 26m 중 8m 남짓한 크기다. 취사실과 침실이 있는 선미 부분은 화재로 까맣게 그을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분이 발화 지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경북 동해안 어선에서 발생한 선박 화재 36건의 경우 대부분 기관실에서 누전이나 합선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부 업체가 시험기관으로부터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아 불이 나기 쉬운 어선용 기계를 판매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성호에서 발생한 화재가 순식간에 번진 이유는 어선이 외부 충격과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민과 해경 등에 따르면 이외에도 조리용 가스통 폭발, 엔진 과열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대성호 화재 발생 시각은 19일 오전 4시로 보고 있다. 사고 당일 대성호와 함께 조업하던 다른 어선은 교신으로 오전 2시 50분까지만 해도 대성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인근 어선은 오전 6시께 다시 대성호를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었고 대성호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해경에 신고했다.

또 자동선박식별장치(AIS) 수신기에 화재 어선 신호가 오전 4시 15분까지 잡혔다가 사라진 것을 고려하면 화재는 오전 4시를 전후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8시 15분께 해경청 팬더 헬기(B-513호)가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이미 대성호는 상부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헬기에 탑승한 구조요원이 인근 어선에 내려 선체 진입을 시도했지만, 화염으로 인해 승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 숨진 채 발견된 ㄱ(60) 씨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시신이 이미 발생한 불에 짧은 시간에 노출돼 얼굴과 팔 등에 2∼3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화상이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라 익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해경은 사인 등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하기로 했다. ㄱ 씨 시신은 21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김해공항으로 운구돼 사천 삼천포장례식장에 안치될 예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