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 파괴 질환 '알츠하이머병'…경도인지장애서 치매 발병 10%…운동·금연·절주·식습관 개선을
쌀쌀한 날씨 심뇌혈관 수축 주의…뇌경색 응급치료 4.5시간 이내…정기적 검진·위험인자 관리를

 

종종 중요한 일을 깜빡한다며 자신이 치매 초기라고 말하는 이가 많다.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며 나도 덩달아 깜빡 잊고 당황했던 사례들을 자랑삼아 술술 풀어낸다. 동병상련은 서로에게 위로라도 되는 양 읊어대며 "우리 나이대엔 다 그래" 하고 위안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대부분 건망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건망증과 치매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다. 자기가 깜빡했다는 걸 안다는 건 건망증이지 치매가 아니다. 치매는 뇌에 잘못된 단백질이 생겨 뇌세포를 파괴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알츠하이머병으로 나타난다. 그다음으로 혈관성 치매가 많은데 중풍에 이어 발병한다.

특히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 심뇌혈관 질환이 많이 발생한다고 하니 주의해야 할 일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뇌혈관이 수축하고 그러면 피가 잘 통하지 않을 테니 뇌졸중 위험이 커지고 치매로 이어진다는 것. 그러니 겨울철에 특히 뇌졸중과 치매에 대해 잘 알고 대처하는 것이 좋겠다.

얼마 전 삼일정풍병원(병원장 윤성민)이 주최한 뇌졸중과 치매에 관한 시민강좌를 들었다. 이 병원은 매년 겨울이 시작하는 시기 세계뇌졸중의 날(10월 29일)에 맞춰 건강강좌를 마련해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 박경완 부산광역치매센터장. /정현수 기자
▲ 박경완 부산광역치매센터장. /정현수 기자

◇치매 예방법

먼저 영상을 하나 보았다. 70대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편의점에서 우유를 하나 사려는데 돈이 모자란다는 점원의 말에 우유도 놓고 돈도 놓고 나와버린다. 그러고는 버스 정류소에서 학생에게 병원 가는 버스를 묻는데 어느 병원에 가느냐고 되묻자 기억을 하지 못한다. 치매 환자를 이해하자는 보건복지부 공익광고다. 강의는 박경완 부산광역치매센터장(동아대 교수)이 맡았다.

치매를 이해하려면 우선 뇌에 관해 알 필요가 있겠다.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뉜다. 뇌 의학으로 밝혀진 바로는, 좌뇌는 분석적 사고와 논리, 언어, 과학과 수학 쪽을 담당하고 우뇌는 통합적 사고와 직관, 창의성, 미술과 음악 쪽을 담당한단다.

또한, 뇌를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 등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도 분석해놓기도 했는데, 치매와 관련한 부분이 측두엽이라고 한다. 측두엽은 청각과 기억을 담당하는 곳인데 그 안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이 해마다. 중력도 느끼고 평형감각도 담당하고 냄새를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글을 시작하면서 언급했듯이 치매로 잘못 알거나 착각하는 증상들이 있다. 주관적 경도인지장애와 객관적 경도인지장애도 그중 하나다.

경도인지장애란 말 그대로 가벼운 뇌 장애 현상이다. 기억력이나 언어 기능, 길 찾기나 사물의 위치 인지 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65세 이상 성인 중 10~20%가 이 장애를 앓고 있단다. 이 과정을 거쳐 치매로 발전하는 사례가 10~15% 정도 된다고 한다.

△치매 초기 증상 : 최근에 경험한 일이나 대화 내용을 잊는다. 물건을 보고 물건 이름을 대지 못하거나 대화 도중 단어를 떠올리지 못한다. 새로운 길을 잘 찾지 못하고 헤맨다.

△중기 증상 : 오래된 과거의 기억을 잊기 시작한다.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한다. 자주 다니던 익숙한 거리에서 길을 잃는다.

△말기 증상 : 자신에게 중요한 과거 기억도 잊는다. 말을 하는 능력도 없어져 말수가 줄어들다가 말이 없어진다.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한다.

말기 증상을 듣고 보니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생각났다. 치매 아내를 둔 남편의 고군분투는 눈물을 통하지 않고는 망막에 닿을 수 없는 장면 아니었던가.

치매 치료는 불가능할까? 증상을 완화할 방법이 있다고 한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 중 20~30%가 콜린에스테라아제 차단제(cholinesterase inhibitors)를 쓴다. 경도인지장애 시 유효하다 하겠다. 박 교수는 지난 7월 보도된 MBC뉴스 영상을 소개했다. '치매 정복 눈앞…뇌 속 찌꺼기 배출구 찾았다'라는 기사다. 국내 연구진이 뇌 노폐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로를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치료를 통해 치매가 극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안으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치매는 예방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박 교수는 '진인사대천명'으로 답했다.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 없이 담배 끊고, 사:회활동 열심히 하고, 대:뇌활동 열심히 하고, 천:박하게 술 많이 마시지 말고, 명:이 긴 식사를 하자는 것이다. 뇌에 좋은 음식으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류, 견과류, 등 푸른 생선, 김과 해초류를 추천했다.

▲ 임준호 삼일정풍병원 전문의. /정현수 기자
▲ 임준호 삼일정풍병원 전문의. /정현수 기자

◇뇌졸중과 건강한 삶

뇌혈관질환이라고도 하는 뇌졸중은 뇌경색, 허혈성 뇌혈관질환, 뇌혈관이 터져 나타나는 뇌출혈, 출혈성 뇌혈관질환으로 나타나는 응급처치가 필요한 병이다.

흔히 뇌졸중을 '뇌졸증'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증(症)'이 아니라 '중(中)'인 이유는 '중풍(中風)'이기 때문이다. 강의는 삼일정풍병원 임준호 신경과 전문의가 맡았다.

뇌졸중이 오면 어떤 증상이 생길까? 먼저 일어서거나 걸으려고 하면 자꾸 한쪽으로 넘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갑자기 눈이 안 보이거나 둘로 보이기도 하고, 말할 때 발음이 분명치 않거나 말을 잘 못 한다. 또 주위가 뱅뱅 도는 것처럼 어지럽기도 하고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벼락이 치는 듯한 두통과 깨워도 깨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뇌졸중 증세는 대체로 다음 4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뇌색전증: 심장이나 목의 큰 혈관에서 혈전(피떡)이 떨어져 나간 후 뇌혈관을 막아 발생 △뇌혈전증: 동맥경화로 뇌혈관이 점차 좁아지다가 혈전이 생기며 뇌혈관을 막아 발생 △뇌내출혈: 고혈압이 주원인으로 뇌 속의 혈관이 파열되어 발생 △지주막하출혈: 뇌동맥류가 주원인으로 뇌를 싸고 있는 지주막 아래에 있는 혈관이 파열되어 발생. 여기서 혈관이 터져 피가 새어 나오는 것이 뇌출혈이다.

혈전이 생겨 원인이 되기도 하고 혈관이 가늘어져 원인이 되기도 하는 뇌졸중, 주로 고혈압 환자에게 많이 발생한다는 게 정설이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뇌혈관 일부가 꽈리 모양으로 불거져 생기기도 한다.

뇌졸중이 오면 안면 마비, 언어장애, 삼킴장애, 보행장애, 배변·배뇨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삼킴장애의 주요 증상으로는 씹기 어려움, 삼킨 후 목 이물감, 코로 역류, 침흘림, 식후 목소리 변화, 식사 중 기침 등이 있다.

뇌졸중 관련해 꼭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뇌경색 약물치료 응급시간은 4시간 30분 △혈전용해술의 수술 시간은 만 하루 △뇌경색은 혈관협착, 부정맥이 주원인 △뇌출혈은 고혈압·동맥류·외상 등이 주요 원인 △정기적인 검진과 위험인자 관리가 최선이라는 점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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