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출신…심판 하던 중 종목 도입기에 전향
11년간 도체육회 이끌며 전국체전 6연패 위업 달성
크로아티아 감독으로 유럽 우승 '명예의 전당'올라

황창근(61) 감독은 경남체육회 소프트볼을 11년째 이끌고 있다. 제 100회 전국체전을 끝으로 시즌이 종료되고 서울에 머물던 그가 내년도 선수단 구성 등을 논의하고자 경남체육회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렸다가 인터뷰를 했다. 역시나 만만치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 황창근 감독은 올해 경남체육회 소프트볼팀의 전국체전 6연패를 이끌었다.  /정성인 기자
▲ 황창근 감독은 올해 경남체육회 소프트볼팀의 전국체전 6연패를 이끌었다. /정성인 기자

-야구 선수 출신이라는데 어떻게 소프트볼과 인연을 맺었나?

"야구 심판을 하고 있었다. 뭐 벌이는 시원찮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야구에 계속 관여할 수 있어서 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소프트볼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누군가는 그쪽에 가서 일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숙명여대 소프트볼 감독으로 가게 됐다."

-야구 선수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 같은데?

"그렇다. 인천에서 야구를 시작해서 고등학교 진학을 해야 하는데, 당시 철도고등학교는 3년간 진짜 돈 한 푼 안 들이고 졸업할 수 있고, 졸업 후에는 철도청에 바로 취업돼 5년간 근무해야 하니 취업도 보장되던 시절이었다. 집안 경제 사정도 사정이지만, 당시는 야구 용품 구하기도 만만치 않던 시절이었다. 글러브가 없어 비료 포대를 접어 쓰다가 선배들이 졸업하면서 물려준 것을 쓰기도 했고, 배트가 부러지면 못을 박아 고정시킨 후 쓰기도 했다. 철도고는 일본 쪽하고 연결이 잘 돼 있어 이런 용품 부족도 어느 정도 해소됐기에 미련없이 철도고로 진학했다. 하지만 졸업 무렵이 되니 이게 발목을 잡았다. 졸업 후 무조건 철도청에 5년간 의무 복무해야 했는데, 대학이나 프로팀으로 가려면 3년간 지원받은 학비를 비롯해 피복비 등 당시 돈으로 58만 원을 갚아야 했다. 이걸 안 갚으면 대학 원서도 안 써주고, 프로팀 이적도 동의해주지 않았다. 야구 선수로 철도고에 입학했는데, 졸업하고는 그냥 철도청 직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쌀 한 가마니가 7000∼8000원 하던 시절이었으니 58만 원이라는 돈을 일시불로 낼 처지가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나."

-요즘은 여자야구도 있다. 한데 여성에 한정해 소프트볼 종목도 운영되고 있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소프트볼은 영국에서 시작된 크리켓을 이어받아 개선해온 종목이다. 가장 큰 차이는 소프트볼 구장이 작다는 것이다. 홈과 베이스, 베이스와 베이스 간격이 18.29m로 매우 짧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서 경기를 하면 투수의 투구 속도가 100㎞ 나오면 타석에서는 150㎞ 정도의 속도감을 느낀다. 타석도 야구보다 크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타격법도 있다.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치는 러닝 히트도 하고 정교한 타격법으로 큰 바운드를 일으키게 치는 법도 있다. 투수 투구도 언더 핸드로 한다. 공을 던지는 순간 손이 허리 부근에 있다. 요즘은 생활체육에서 여자 야구가 부각되면서 소프트볼 은퇴 선수가 그쪽에 가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올 한 해 성적이 굉장히 좋았다.

"그렇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은 물론 작년부터 모든 국내대회에서 단 1패도 없이 전관왕을 달성했다."

-감독으로서 장수하고 있는데?

"뭐 내가 잘한다기보다는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그동안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8개를 비롯해 은 1, 동 1개를 획득했다. 특히 올해 우승으로 전국체전 6연패를 달성했다. 경남체육의 전국체전 최장 기록은 삼천포여고 농구가 5연패한 것이었는데 그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 성적 비결은?

"선수단의 팀워크가 좋다. 매년 선수진에 큰 변화 없이 가고 있다. 또한 기본기에 충실한 훈련을 하고 있다. 성적이 잘 나오다 보니 선수도 한 번 팀에 들어오면 딴 데 갈 생각 않고 우리 팀에서 은퇴하려고 한다. 그만큼 팀 분위기가 좋다."

▲ 세계연맹 돈 포터(오른쪽) 회장으로부터 명예의 전당 헌정패를 받는 모습.  /황창근
▲ 세계연맹 돈 포터(오른쪽) 회장으로부터 명예의 전당 헌정패를 받는 모습. /황창근

-개인적으로 큰 영광도 있다고?

"내가 크로아티아 소프트볼 국가대표 감독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1승 올리는 게 소망이던 상황이었는데 2년 만에 이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주 대단한 활약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데 이걸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에서 더 크게 생각한 듯하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연맹 명예의 전당에 헌정돼 내 흉상이 있다. 나는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가서 본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보내줘 대강 아는 정도다. 연맹 110년 역사 중 감독으로서 18번째라고 한다. 또 이 일로 IOC 솔트리움 장학생으로 선정돼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도 2년간 받고 왔다."

-내년 목표는?

"체육회 소속이니 전국체전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대회 7연패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3년 연속 무패행진 전관왕에도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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