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두고 농민들은 정부가 농업정책을 포기한 것이라며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한 후 농업계는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당장은 불이익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이나 농민에게 지원되던 각종 보조금 규정은 달라진다는 점에서 농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으로 지위가 바뀌면 관세 범위가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주요 쌀 수출국도 추가 관세 인하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어 쌀을 기반으로 한 국내 농업의 대폭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쌀 외에 고추 270%, 마늘 360%, 양파 135% 등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선희 전농부경연맹 정책위원장은 "개도국 지위 포기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쌀이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쌀 가격은 통상 국제 시세의 5배 정도라 정부는 쌀에 대해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사실상 벼농사가 전국 농민 50%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개도국 지위 포기로 농업농촌 경쟁력은 줄어들고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쌀뿐 아니라 농업계 전반에서 모든 농산물 가격이 무너지는 구조가 돼 식량위기론도 거론됐다.

김창수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쌀값이 흔들리니까 모든 농산물이 다 흔들린다"며 "쌀농사가 안 되니 마늘, 양파 등을 심는다. 보리와 밀농사가 안 되니 배추와 마늘, 양파를 심는 것 아닌가. 그런데 모든 농산물이 폭락하니 우리 농민들은 이제 더 이상 지어먹을 농사가 없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했다.

또 김 회장은 "미국이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할 때 우리나라 정부는 자주성 없는 통상정책만 외치고 있다. 결국 농산물 중 소득작물이 될 수 있는 3~4가지 작물로만 농업계가 재편될 것이기 때문에 식량위기론이 현실이 될 수 있다"라며 "정부는 대책 없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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