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를 대표하는 예술가가 있고 그를 기리는 예술행사가 있다는 것은 도시의 가치와 시민의 긍지를 잘 드러낼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유럽은 뛰어난 예술가로 인해 유명해진 작은 도시가 한둘이 아니다. 예술가에게 준 영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려면 애술가의 고향을 가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그것이 도시를 빛나게 하는 것이다.

진주는 예술·문화의 고장이다. 유네스코 창의 도시로 선정되었고 명망에 맞는 문화예술이 꽃피워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문화예술로 대표되는 도시가 되려면 시민들의 문화 사랑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예술가는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고향 사람들이 칭송하고 사랑하는 마음의 자양분으로 완성된다.

진주에서 4년 만에 '이상근 국제음악제'가 부활했다. 4년 동안 열리지 못한 이유야 있지만 끊겼던 것을 다시 잇기는 처음 시작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이상근은 우리나라 기악의 선구자이다. 그는 부산교대·부산대에서 후학 양성에 힘썼고, 작곡가뿐만 아니라 평론가·지휘자로 활동했다. '우리 가곡 시론'이라는 논문에서 작곡가 홍난파·현제명 등의 작품을 분석해 현대 가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고려가요나 민요를 가사로 삼는 등 민족적 색채가 강한 음악을 추구하였다. 김춘수·안장현·유치환 등 동시대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여 해방 공간과 전쟁기, 독재정권 시절 시대상을 작품에 녹여내었다.

지역사회가 기억하고 추념해 마땅한 예술적 업적이 빛나는 음악가이다. 그러나 진주는 그동안 그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 어렵게 시작했을 이상근 국제음악제가 끊겼던 것은 축제의미가 저평가돼 시 재정이 끊겼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유가 어디에 있든 반성할 부분이다. 학생들에게 그 존재를 알리고 시민 모두가 기억하려고 노력했더라면 4년의 공백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이상근 국제음악제를 다시 여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김범기 교수의 말처럼 진주시가 재정과 행정지원 등 많은 부분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이상근국제음악제를 이끌어 주어야 하겠지만, 시민들이 참여하고 기억하며 사랑하는 바탕이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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