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 있는 50여 명 공유 주택
현 시대 인권·환경·영성인 '공동체 삶'

서울 도봉구에 있는 '은혜공동체'에 갔다. 공식 회의가 있어 간 날이었지만 꿍꿍이는 딴 데 있었다.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책과 자료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그보다 더했다. 오죽하면 한국문화건축대상을 받았으랴만 건물은 아름다웠고 실용적이었고 주변의 자연환경과 조화로웠다.

건물 곳곳을 둘러보았는데 감동의 연속이었다. 이런 구상, 이런 설계, 이런 건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탄스러웠다. 층층이 그랬다. 옥상도 그랬다.

오르내리면서 만난 식구들도 그랬다. 밝고 유쾌하고 편했다. 특히 애들이 속된 말로 바글바글하게 많은 것도 감동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액자에 든 글귀가 있다.

'여기가 내가 속한 곳이다. 이들은 내 사람들이다. 나는 이 사람들을 좋아하고 이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중략)…그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한다.'

엄숙한 헌장보다 아름답고 가슴을 울리지 않는가. 50여 명이 같이 사는 집인 이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이 액자 마지막 구절인 '이곳은 나의 집이다'에 눈길이 꽂혔다. 나의 집. 나의 집이자 우리의 집. 그렇다. 안식처이자 심적 위안처이고 유대의 공간.

같이 사는 이들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언론 보도가 헛말이 아니라는 것은 그다음 발걸음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인 건물은 어느 곳이나 산과 들, 텃밭이 들어와 있었다. 채광과 전망이 그만큼 좋았다. 층마다 조그만 담소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간단한 도구와 싱크대가 있었다.

층마다 벽면에는 책꽂이가 있었고 종류를 달리하는 책이 있어 손만 뻗으면 읽을 수 있었다. 각 가정에 있는 책을 모아 놓았으니 개인 공간은 늘고 책은 몇 배나 많아진 셈이다.

엄격하고 경직된 4각 기둥 형식의 건물이 아니었고 빈 곳과 유선형 곡선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태양광 전지판도 그랬다. 대부분의 건물 옥상에 군림하듯이 완강한 자태로 태양전지판이 버티고 있는 것과 달리 얌전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친환경 에너지 상징인 태양광 발전의 반환경적인 외형과 거대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옥상이 인상적이었다. 옥상에서 볕을 쬘 수 있는 작은 그늘막 우산과 쉼 의자는 아주 편해 보였다. 야외 원목 목욕탕은 탄성이 나왔다.

은혜공동체는 십수 년 마음과 뜻을 모아 온 기독교 젊은이들이 이뤄낸 성과다.

공동체의 삶, 공유의 삶은 현 시기의 인권이자 환경이고 영성이라고 생각된다. 매연과 기후변화, 미세먼지의 한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지나치게 파편화된 개인적 삶은 고독사와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까지 치닫는 게 현실이고 혼밥(혼자 먹는 밥)으로 대표되는 1인 가구 현상은 개별 포장 식품은 물론 가구와 자동차, 집, 가전제품의 개별 소유를 부추기고 1회 용품의 소비를 촉발하며 과생산, 과쓰레기, 온실가스의 과배출로 이어진다. 절대 인류의 대안이 될 수 없다. 1인 가구를 전제로 이를 부추기는 정책들도 걱정스럽다.

은혜공동체를 유심히 보면 공동체적인 삶을 일구어 가는 경로와 과정, 그리고 사회적 역할로의 확장에 대해 큰 시사점을 준다. 공유, 공동체, 협동의 개념을 돌아보게 한다. 초대교회의 다락방 공동체 실현으로 보인다.

은혜공동체 방문으로 큰 은혜를 입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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