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 반영 기악 선구자 축제 의미 저평가 돼 중단
조규일 시장 취임 계기로기념사업회 재개에 노력
음악인·시민 똘똘 뭉쳐 대작 말러 교향곡 2번 성공적 연주로 부활 알려

이상근국제음악제가 4년 만에 재탄생했다. 지난 2008년 진주 출신 작곡가 이상근(1922∼2000)을 기리고 잠재성 있는 음악가를 발굴하고자 시작한 음악제는 2016년 중단됐다. 시의 지원이 갑자기 끊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잊혀 가던 이상근국제음악제가 올해 부활의 날갯짓을 했다. 이상근기념사업회 리영달 이사장과 이승엽 사무국장은 현 시장을 찾아 음악제의 중요성을 알렸고 시 지원으로 음악제 맥을 잇게 됐다. 지난 2∼14일 프리콘서트를 했고 본공연은 15∼30일 경남문화예술회관과 경상대 컨벤션센터에서 무료로 열린다.

◇음악인·시민 똘똘 뭉친 결과 = 지난 15일 본공연이 열리기 5시간 전, 이승엽 이상근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음악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진주시립교향악단과 진주시민합창단 자리 배치부터 사회자 자리 배치까지 일일이 체크했다. 그는 "교향악단 108석, 합창단 100석 총 208석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며 다소 들뜬 모습으로 말했다.

본공연 곡은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시민합창단 무대가 돋보이는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로 진주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번 무대를 위해 전문가·학생·시민으로 진주시민합창단이 새로 꾸려졌고 이들은 한 달 전부터 박홍규 진주교대 음악교육과 명예교수의 지휘로 맹연습했다.

진주시향도 윤현진 전 KBS교향악단 부지휘자의 지휘 아래 연습했다. 사무국장과 기자의 대화를 듣던 이종호 진주시향 단무장은 "전날에는 지휘자 울리히 빈트푸르와 함께 밤 9시까지 연습했다"며 "단원들에게도 이번 곡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대곡답게 다양한 악기도 투입됐다. 이 단무장은 "팀파니 2세트, 하프 2대, 콘트라바순 1대 그리고 진해해군에서 빌린 종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진주를 찾은 지휘자 울리히 빈트푸르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의 지휘 아래 시향은 하루 6시간씩, 합창단은 3시간씩 쉬지 않고 연습했다.

▲ 이상근국제음악제 개막연주회가 지난 15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이 연주됐다. /이상근기념사업회
▲ 이상근국제음악제 개막연주회가 지난 15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이 연주됐다. /이상근기념사업회

◇음악제 부활 알린 무대 = 그들의 노력은 본공연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 15일 오후 7시 30분 경남문화예술회관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말러가 1888년부터 1894년까지 작곡한 교향곡 2번 부활은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 종교적 성찰이 담겼다.

쉬는 시간 없이 90분간 진행된 음악회는 곡명답게 이상근국제음악제 부활을 성대하게 알렸다. 한 편의 드라마로 웅장하고 거대했다. 관객은 곡이 끝나자 일제히 일어서 박수를 보냈다. 지휘자와 시향, 합창단은 관객의 성원에 고개를 숙였다.

음악과 선생님 추천으로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본 박희정(17·경남예고) 양은 "이상근 작곡가를 더 알고 싶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 양은 "오늘 연주된 말러의 교향곡 2번을 실황으로 듣게 돼 흥미로웠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말러의 깊은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며 "사실 이상근 작곡가를 잘 몰랐는데 집에 가서 그에 대해 더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공연장을 찾은 박현주(41) 씨는 "인터넷으로 우연히 이상근국제음악제를 알게 돼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게 됐다"며 "진주시민으로서 우리 지역에 이런 음악가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앞으로 이상근국제음악제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지훈 작곡가는 "지휘자의 카리스마가 돋보인 무대였다"며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은 연주하기 어려운 곡으로 무대 위에 올렸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고 진주시립교향악단과 시민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본공연 후 조규일 진주시장과 지휘자 울리히 빈트푸르, 이상근기념사업회 관계자, 유족의 만남이 이어졌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서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자리였다.

울리히 빈트푸르는 "음악제에 초청해줘서 고맙고 오늘 연주는 독특하고 이국적이었다. 교향악단과 합창단 모두 수고했고 특히 음악제를 기획한 김범기 교수에게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며 "내년에도 많은 분이 친지나 가족을 모시고 음악제에 참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곡가 이상근은 누구

이상근은 진주 봉래동에서 태어나 진주고, 일본 도쿄음악학교에서 공부했다. 부산교대·부산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고 작곡가뿐만 아니라 평론가·지휘자로 활동했다. 이상근은 '우리가곡 시론'(1955)이라는 논문에서 작곡가 홍난파, 현제명 등 작품을 분석해 현대 가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초기 가곡 작품에는 고려가요나 민요를 가사로 삼았다. 이후 김춘수(1922∼2003), 안장현(1928∼2003), 유치환(1908∼1967) 등 동시대 시인들 시에 곡을 붙여 해방 공간과 전쟁기, 독재정권 시절 시대상을 작품에 녹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