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 대신 자율훈련 강조
태백장사 배출 등 결실로
선수 유출에도 육성 주력

"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당연히 기쁘지만 때론 두렵습니다."

창원시청 씨름단 이윤진(55) 감독이 인터뷰 말미에 내뱉은 이 말은 그가 안은 고민과 목표를 모두 보여줬다.

빠듯한 예산과 반복되는 선수 유출, 그럼에도 다시 한 번 키워보자는 각오. 해마다 반복되는 일에 지칠 만도 하나, 이 감독은 익숙하고 꿋꿋하게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윤진 감독이 창원시청 씨름단에 뿌리를 내린 건 지난 2015년 말이다. 이 감독에 앞서 창원시청 씨름단을 맡은 이승삼 감독이 자리를 떠나면서 부임하게 됐다.

이 감독은 럭키금성과 현대씨름단에서 선수를 하며 금강장사에 2번 올랐다. 2003년부터는 마산용마고 등에서 감독을 맡아 선수를 지도했고 창원시씨름협회 전무이사가 돼 행정 일선을 책임지기도 했다.

지난 경험은 창원시청 씨름단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지도한 선수들이 성인이 돼 이 감독과 한배를 타는 일이 잦았던 것인데, 이는 팀 단결력을 끌어올리는 주요한 요인이 됐다.

"창원시청 씨름단 최대 강점은 단결력이에요. 어릴 때부터 봐왔던 선수들이 많다 보니, 서로 의지하고 소통하기가 한결 수월하죠."

여기에 이 감독은 '자율을 강조한' 훈련 방식도 더했다. 선수들을 믿고 그들에게 맡기는 훈련을 추구한 셈인데, 이 감독은 이러한 훈련 방식이 선수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봤다.

"사사건건 간섭하기보단 폭넓게 이끌어주고자 했어요. 대신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반복을 통해 변화할 수 있도록 했죠. 씨름은 1월부터 최대 11월까지, 시즌이 길게 이어지는데 훈련 때문에 중간에 지쳐 포기하면 안 되니까요."

▲ 창원시청 씨름단 이윤진 감독. /이창언 기자
▲ 창원시청 씨름단 이윤진 감독. /이창언 기자

이 감독이 강조한 단결과 자율은 성과로 이어졌다. 2016년 이광재가 전국씨름선수권대회 역사급에서 정상에 오르고 2017년 전국씨름선수권대회에서 소장급 이영학·역사급 이광재 등이 금·은을 차지한 건 시작에 불과했다.

2018년 창원시청 씨름단은 꿈틀거리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18 학산배 장사씨름대회에서 은 1, 동 3개를 수확한 창원시청 씨름단은 11월 열린 IBK기업은행 2018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대회에서 이완수는 태백급 정상에 오르며 이윤진 감독에게 첫 장사 타이틀을 선물했다. 이어 창원시청 씨름단은 천하장사급 서경진이 3품을, 김민우가 한라장사급 3품에 오르며 한 해를 기분 좋게 매듭지었다.

하지만 마냥 승리에 취해 있을 수 없는 게 이 감독 처지였다.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다른 팀 영입 대상이 되기 마련인데, 창원시청 씨름단은 우리 팀 선수를 지켜낼 여력이 늘 부족했다.

"어느 팀이 계약금 1억 원가량을 제시하면 우리는 그 절반도 못 줘요. '정'에 기대어 선수에게 남아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2~3년 잘 키운, 우리 지역 출신 선수를 다른 팀으로 속절없이 떠나 보내는 일이 많죠. 어떤 팀은 9월부터 스카우트 작업에 들어가기도 해요. 예산 확보가 잘 됐다거나, 적어도 '일정 금액 이상의 예산은 반드시 받는다'는 확답을 받은 덕분인데, 우리는 그게 어렵죠. 예산 집행 시기나 규모 등이 현장과 동떨어질 때가 잦죠."

그렇게 지난해 말 창원시청 씨름단은 '장사' 이완수를 비롯한 몇몇 선수와 이별했다. 올해 역시 처지는 비슷하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한라급 선수를 붙잡겠다는 의지는 강력하나 현실의 벽이 이 감독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이르면 내년 출범할 프로 씨름리그도 이 감독에게는 작은 걱정거리다. 프로리그가 자리 잡기까지 프로-실업이 함께 어울리는 대회가 늘어날 전망인데, 예년과 같은 예산이 집행된다면 대회 참가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선수 경기력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연말이 올수록 두렵다'는 이 감독. 그렇다고 이 감독은 고개를 떨어트리지만은 않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각오를 비친 이 감독은 내년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또 준비해야죠. 창원시청 감독을 맡은 후 목표 했던 게 하나 있는데 '천하장사 배출'이에요. 쉽지 않겠지만 계속 도전해야죠. 개인전과 단체전을 봤을 때 우리 팀은 단체전이 조금 더 강해요. 장점을 잘 살려야죠."

이와 함께 이 감독은 씨름을 향한 더 큰 관심을 부탁했다.

"결국 관심이 씨름을 부흥시키는 원동력이 아닐까 해요. 부족하나마 끊임없이 도전하는 창원시청 씨름단이 될 테니 많은 관심 기울여주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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