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멘스, 해외 첫 사례
세계 스마트공장 길라잡이
핵심 개념 '디지털 트윈'
예측 통해 효율성 극대화

중국 쓰촨성의 중심도시는 청두시(成都·Chengdu)다.

청두(成都). 우리에겐 칭다오와 청도 등 유사한 지명들 때문에 혼동되기도 쉽고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지만, 중국 서부 대개발의 중심지로 최근 주목받는 지역이다.

중국은 경제특구(7개)·개발구(219개)·고신구(146개)·신구(19개)·자유무역구(11개) 등 다양한 형태의 특구를 지정해 산업을 키우고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 가운데 고신구로 지정된 청두시에는 미국 포천(Fortune)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300개 이상이 진출한 애플의 팍스콘을 비롯해 GE 이노베이션센터와 인텔, 델, IBM 등도 이곳을 생산과 연구의 핵심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독일의 대표적인 글로벌기업인 지멘스가 독일 외에 유일하게 구축한 청두 지멘스 이노베이션센터를 찾아 지멘스가 추구하는 스마트팩토리를 취재했다.

◇왜 지멘스를 선택했나 = 솔직히 고백하건대 애초 스마트공장 선진사례 취재 국가로 일본을 선택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화낙, 미쓰비시 등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이 대거 분포해 취재가 쉬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고, 한국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에 필수불가결한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 등에 대해 무역갈등이 촉발되면서 현지 기업 섭외가 쉽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한일 무역갈등이 이번 취재에는 전화위복이 됐다. 일본 기업을 대신해 독일의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지멘스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전통 기업들은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기존의 기업 핵심인 제품이라는 하드웨어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멘스는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융합을 통해 신전략을 펼쳐 4차 산업혁명의 롤모델로 떠오른 기업이다.

지멘스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 약 37만 명의 두고 지난해 830억 유로(106조 원) 매출을 기록한 세계적인 기업이다. 발전설비, 화학, 에너지, 인프라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최고로 평가받던 지멘스는 현재 빠르게 스마트공장 등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케저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멘스는 공장 디지털화가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요인이며 우리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멘스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스마트공장 관련 기술 개발에만 연간 4조~6조 원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

▲ 중국 청두시 지멘스 이노베이션센터에서 관계자가 소프트웨어 데모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주찬우 기자
▲ 중국 청두시 지멘스 이노베이션센터에서 관계자가 소프트웨어 데모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주찬우 기자

◇스마트공장의 롤모델 CSIC를 가다 = 중국 청두시 중심에서 택시를 타고 약 40분을 달리면 고신구 개발구가 나온다.

이곳에 중국 정부와 독일의 세계적인 전자전기기업 지멘스(Siemens)가 10억 위안(약 1600억 원)을 투자해 만든 지멘스 이노베이션센터(CSIC·Chengdu Siemens Innovation Center)가 있다.

2018년 문을 연 지멘스 이노베이션센터는 중국 정부와 협약을 맺은 지멘스에서 향후 10년간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 지멘스는 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해 첨단 제조 기술에 대한 교육 연수, 구매 상담 등이 가능하도록 협업하고 있다.

그동안 외부인에 개방하지 않았던 이노베이션센터는 지난 5월 일반에도 오픈됐다. 국내 언론에서도 좀처럼 알려지지 않아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CSIC를 지난 7일 찾았다.

건물 입구에는 양국의 협업을 상징하는 중국과 독일, 유럽연합(EU) 기, 지멘스 사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삶을 이롭게 하는 가치(Ingenuity for life)'라는 지멘스의 슬로건이 관람객을 맞는다. 작은 학교를 연상케 하는 CSIC는 총 2층 건물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1층을 방문자와 전시, 연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CSIC에서는 지멘스형 디지털라이제이션과 TIA(Totally Integrated Automation· 통합자동화)에 대한 강연을 듣고, 청두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데모장치 구현을 볼 수 있는 쇼룸 투어를 했다.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 김건우 본부장은 "지난 5월 일반에 공개한 이곳은 하루 50명씩 오전, 오후로 나눠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중국 내 기업뿐 아니라 스마트팩토리에서 해법을 찾고자 하는 다양한 국가, 직업군에서 방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 공간은 크게 △SW 전시 △데모 생산라인(Discrete 업종과 Press 업종) △스마트 이노베이션 랩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 둘러본 소프트웨어 데모 전시공간에서는 지멘스가 개발·생산하는 전 분야의 소프트웨어를 총망라해놓았고, 안내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따라가다 보면 생산 전 공정까지 볼 수 있게 돼 있었다.

생산 데모라인에서는 실제 스탬프를 주문하면 각인 등의 과정을 거쳐 완제품이 출시되는 전 과정을 눈으로 확인해줬다. 아이패드로 이름과 도장에 찍힐 내용을 주문하니 주문에 따라 설계승인이 이뤄지고, 재료 피킹, 가공, 조립, 레이저마킹, 최종 검사 등 전 과정이 로봇에 의해 진행됐다.

지멘스 관계자는 "약 15분 만에 주문한 도장이 완성되는데 전자동 라인이며, 사람은 설계 승인 릴리스, 문제 리워크(rework) 외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지멘스가 스마트팩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추구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s)'도 경험할 수 있었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세계에 적용할 여러 기술 등을 가상세계에서 시뮬레이션해 미리 예측하는 기법이다. 다시 말해 시제품 시뮬레이션→ 예측→최적화→ 현장 적용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김건우 본부장은 "실제 공장과 똑같은 가상공장을 구현하는 것이 스마트팩토리의 지멘스 버전"이라며 "이를 통해 실제 공장에서 발생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제조 패러다임을 바꾸는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스마트 이노베이션 랩은 각 주제에 따라 4~5개의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워크스테이션과 설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학교와 기업 현장에서 찾아 이곳을 활용하고 있다. 이 시설은 연간 2만 5000여 명이 사용한다고 지멘스 관계자는 덧붙였다.

시설을 둘러본 후 지멘스 김건우 본부장은 "스마트팩토리는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1인당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지멘스가 추구하는 스마트공장은 포장, 도장 등 단순노동이 아닌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고, 개인 스킬업을 통해 실력을 키우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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