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내달 24일 선고
결과 따라 총선 판도 격변
'10여 회 접촉'불리하지만
증언 신빙성 흔든 건 성과

경남도민 시선이 다시 한 번 법원으로 모아지고 있다.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지난 1월 1심 재판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던 김경수 도지사 항소심 판결이 다음달 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내려진다.

모두가 예상하듯 이날 어떤 선고가 나오느냐에 따라 김 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수 있음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전체가 또 다른 격변에 휩싸일 수 있다.

1심처럼 유죄일지, 아니면 180도 판결이 뒤집힐지 현재로선 예측 불가다. 1심 재판을 돌아보면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 씨 측의 댓글조작 공모관계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거나, 드루킹 측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김 지사는 업무방해죄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 3월부터 11월 14일까지 총 13차례 진행된 항소심 공판에서도 김 지사 측은 1심 유죄 근거를 깨거나 드루킹 측 증언의 모순점 내지 허술함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1심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공격적으로 파고들어 기본적 사실관계부터 흔들고, 드루킹 측이 서로 엇갈리는 진술을 하거나 누가 봐도 황당한 말까지 하게 만든 건 분명 김 지사 입장에서 성과다. 하지만 이것이 '무죄'를 보증할 수는 없다.

복잡한 세부 쟁점이 있지만, 1심 재판부의 유죄 근거는 이 한마디로 요약 가능하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측의 불법적 수단을 동원한 댓글조작을 알고 있었고, 직접적으로 지시 또는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에게 불리한 대목은 일단 '시간'이다. 김 지사는 2016년 6월 드루킹과 첫 만남 이후, 사건이 불거진 2018년 3월 전까지 드루킹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을 3차례 방문하는 등 총 10여 차례 꾸준한 대면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드루킹이 보낸 메시지나 기사 목록이 대부분이지만 텔레그램·시그널 대화방 등을 통한 온라인 소통도 짧지 않은 시간 계속됐다.

드루킹 측이 2016년 11월께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 2017년 대선 기간을 포함해 1년 넘게 1억 회 이상 인터넷 기사 댓글을 조작하고, 심지어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하거나 '작업'한 기사 목록 등이 담긴 온라인 메시지를 김 지사에게 보냈다는 증거·증언이 나오는 현실에서 "김 지사가 과연 댓글조작 사실을 몰랐을까?" 의문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기 전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기 전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사 측은 물론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는 지난달 17일 12차 공판에서 "문재인 후보가 선플운동을 제안해 거기에 호응한 것이라고, 지지자들의 일반적인 온라인 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 경공모 사무실에서 있었다는 킹크랩 시연회는 나름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며 진행 자체를 부정했다. 드루킹 특검은 이날 오후 8시 7분부터 약 15분 동안 시연이 있었던 것으로 특정했지만, 김 지사 측은 당시 김 지사 수행비서 위치기록이 담긴 '구글 타임라인'과 드루킹 측이 김 지사와 같이 먹고자 준비한 닭갈비 영수증 등을 근거로 시연 참관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드루킹이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 등에 대해서도 지지자로서 서운해 할까 봐 수신 확인을 가끔 했을 뿐 일일이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았으며, 김 지사가 전송한 기사 목록도 댓글 조작을 요청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홍보 차원이라고 했다.

항소심 판결에서 김 지사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용할 부분은 역시 드루킹 측 진술의 신빙성이다. 지난 9월 19일 11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드루킹은, 2016년 11월 킹크랩 시연회 당일 김 지사와 저녁식사를 함께했는지 안 했는지, 김 지사가 킹크랩 개발에 동의한 과정이 어떠했는지, 킹크랩 개발자인 측근 '둘리' 우모 씨에게 시연 준비를 지시한 시점이 언제였는지 등을 놓고 혼란스러운 답변을 이어갔다.

가령 드루킹은 '시연회서 김 지사에게 어떻게 허락을 구했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우 씨가 들어와서 킹크랩을 보여주는 도중에 허락을 구한 것 같다"고 하더니 그 후 시연 중 우 씨를 내보낸 이유를 설명할 때는 "김 지사 반응을 구할 때는 우 씨가 굳이 들을 필요가 없어서 그랬다. 우 씨가 있으면 평소 김 지사 성격에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앞뒤 안맞는 말을 했다.

또 당시 시연 장소 문 밖에 있던 우 씨를 다시 안으로 부른 상황에 대해서도 드루킹은 "손짓을 해 불렀다"고 했지만, 8월 22일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우 씨는 "드루킹이 소리쳐 불렀다"고 엇갈리는 진술을 했다.

드루킹은 "3년 전 일인 만큼 헷갈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식적으로 봐도 의아한 진술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드루킹이 11차 공판 증인 신문에서, 2017년 11월 김 지사와 지방선거 댓글 조작 등을 논의하다 김 지사가 "이재명을 떨어뜨려야 하니 경기도지사는 야당이 가져가도 되지 않느냐"며 자유한국당 소속 남경필 전 경기지사를 밀겠다고 했다고 한 대목은 많은 논란을 불렀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즉각 "이재명의 경선 상대를 도우라고 했다면 말이 되지만 경선 패배를 전제로 본선에서 한국당 후보를 도우려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고, 김 지사도 "드루킹이 재판에서 하도 황당한 얘기를 많이 쏟아내 다들 어이없어했지만 특히 이재명 지사 관련 내용은 재판정이 웃음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은 자신의 형사사건이 유리하게 결론나려면 자신과 피고인(김경수 지사)이 공동운명체가 되어야만 한다고, 김 지사 처벌 없이는 자신에 대한 처벌도 불가능함을 현 정부·여당이 인식해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며 "이러한 믿을 수 없는 진술자, 허구와 부실로 가득 찬 드루킹 말만 믿고, 형사재판에서 요구하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본 원심 판단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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