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샅바 아닌 추위와 싸움 빠듯한 예산에 보수 쉽지 않아
전국대회 '학산배' 타 도시로 "지역 명성 못 살려 안타까워"

유튜브·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씨름 열풍'이 불고 있으나, 실제 현장은 이 온풍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장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씨름의 고장' 창원만 하더라도 훈련시설 노후 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창원 마산합포구 서원곡 씨름장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에 만들어진 이곳은 오늘날 창원시청·경남대 씨름 선수단의 주 훈련장으로 쓰이고 있으나 시설 수준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14일 찾아본 서원곡 씨름장 모습은 훈련장이라기보단 '귀곡산장'에 가까웠다.

▲ 창원시 서원곡 씨름장 내 건물 2층에 마련된 웨이트 훈련장. 벽면이 갈라지고 창문이 깨져 있다.  /이창언 기자
▲ 창원시 서원곡 씨름장 내 건물 2층에 마련된 웨이트 훈련장. 벽면이 갈라지고 창문이 깨져 있다. /이창언 기자
▲ 웨이트 훈련장 건물 1층. 원래 이곳에 운동기구들을 꾸렸지만 습기가 잘 차는 데다 배수시설이 없어 철수했다.  /이창언 기자
▲ 웨이트 훈련장 건물 1층. 원래 이곳에 운동기구들을 꾸렸지만 습기가 잘 차는 데다 배수시설이 없어 철수했다. /이창언 기자

웨이트 훈련장이 있는 2층 건물은 '노후 시설'이라는 걸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건물 유리창은 곳곳이 깨져 있고 지붕 한쪽은 뜯겨 있다. 금이 간 벽면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다. 더군다나 이곳 1층은 사용조차 못 하는 상태다. 제대로 된 배수시설이 없고 습기가 잘 차기 때문인데, 녹슨 운동기구 지지대는 열악한 그 환경을 잘 보여준다. 비가 오는 날이면 당연하듯 물이 샌다. 태풍이라도 오면 그야말로 비상이다. 훈련은 엄두도 못낸다.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인 테이프는 긴박했을 그 상황을 비춘다.

씨름장(실전 훈련장) 환경은 더 심각하다. 임시 건물로 지어진 이곳은 제대로 된 냉·난방시설조차 없다. 선수단은 선풍기, 난로 2대에 의지해 여름·겨울을 나야 한다. 그나마 여름은 낫다. 콘크리트 대신 천막이 벽 역할을 하는 건물 특성상 선수단은 매 겨울 상대가 아닌 혹독한 추위와 싸워 이겨야 한다. 천막을 찢고 동네 고양이가 들어오는 일도 잦아, 어느 날에는 배설물을 치우는 게 일이다.

▲ 씨름 훈련장 내부. 비닐천막이 벽면을 대체하고 있다. 선수단은 선풍기와 난로에 의지해 여름·겨울을 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창언 기자
▲ 씨름 훈련장 내부. 비닐천막이 벽면을 대체하고 있다. 선수단은 선풍기와 난로에 의지해 여름·겨울을 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창언 기자

물론 시설 관리 주체인 창원시도 이런 상황을 잘 안다. 이에 맞춰 시는 내년 예산에 '서원곡 씨름장' 보수비 반영도 검토 중이다. 보수 공사에 얼마가 들지 설계비를 우선 잡아 반영하고, 예산을 심사하는 시의회에서 이를 통과시키는 일 등이 남았지만 씨름 현장은 이 같은 보수에 덧붙여 근본적인 지원과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내 한 씨름 관계자는 "서원곡 씨름장 입지 조건 자체는 매우 좋다. 산이 가까워 선수들이 운동하기에 안성맞춤"이라며 "하지만 씨름장 시설은 그 조건을 따라가지 못한다. 예산을 들여 보수를 한다곤 하나,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모든 건물을 새로 지을 수 없다면, 당장 씨름장만이라도 대규모 보수가 절실하다. 다른 지자체도 아닌 씨름으로 이름난 창원·마산이 씨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씨름 현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대회가 없다는 점에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창원은 '학산배 전국장사씨름대회'를 개최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대한씨름협회의 대회 운영 방침 변화와 지자체 예산 축소로 '학산배'는 창원이 아닌 전국을 순회하는 대회로 바뀌었다.

씨름 관계자는 "성호초, 마산중, 마산상업고(현 용마고), 경남대를 나온 학산 김성률 장사는 창원 씨름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그 업적과 도전 정신을 기리고자 만든 대회를 고향 창원에서 열지 못한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며 "지자체가 조금 더 관심을 보인다면 이 대회는 다시 창원 대회로 돌릴 수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는 씨름 열기에 맞춰 창원이 '씨름 도시' 명성을 선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씨름은 내년 프로리그가 출범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는 30일부터는 KBS 2TV에서 씨름을 소재로 한 새 예능 프로그램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이 첫 방송 된다. 유튜브에서는 학산배 단체전 결승전 영상이 조회 수 210만 회를 넘기는 등 씨름은 부활 기지개를 활짝 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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