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환 감독의 영화 <해원>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워싱턴, 뉴저지,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순회 상영을 마쳤다. 구자환 감독은 경남의 척박한 영화 환경 속에서도, 다큐를 중심으로 경남의 역사를 조명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이미 2015년에 경남지방의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레드툼>을 감독 및 제작한 바 있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기에 군인과 경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학살문제는 현대사에서도 지금까지도 사회적으로 평가가 금기시되는 주제이다. 그래서 아픈 과거이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희생자로 치부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희생자들의 가족은 여전히 빨갱이라는 낙인과 사회적으로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에서의 <해원> 상영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일제를 패배시키고, 한국을 해방시킨 강대국이자, 한국을 미국의 종속적인 영향권에 편입시킨 나라이다. 이에 여전히 한국 국민들은 한편으로 미국을 해방의 은인으로 고마워하면서도, 지금까지 미국 없이는 한국이 스스로 자립할 수 없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게 되었다. 미국 공연은 재미한인들에게는 역사적 사건들이 개인들의 삶과 가족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각성하게 되었고, 특히 미국의 평화재향군인회는 성금을 기부하였다고 한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여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겪어야 하는 아픔에 공감한 것으로 이해한다.

우리는 지금 일본과는 위안부 보상문제와 수출규제 조치, 미국과는 주한미군의 방위비 협상과 관세협정, 중국과는 사드배치로 야기된 안보상의 갈등, 북한과는 군사적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불안요인에 상시적으로 휘둘리고 있는 이때 <해원> 상영을 통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민주공화정에 기반한 국가의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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