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당 수수료 10.5원 통일…순환자원센터 이형병 재사용 연구 계획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간 '빈병 갈등'이 풀렸다. 이형병(다른 모양의 병) 반환 수수료도 통일돼 소주업계가 비용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는 지난 12일 '진로' 소주병 반환에 합의했다. 두 업체는 이날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진로 빈병 반납 협약을 체결했다. 병당 10.5원의 수수료를 지불한다는 조건으로 합의가 이뤄져 롯데주류가 가지고 있던 빈병 약 420만 개는 하이트진로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병당 수수료 10.5원은 롯데주류가 청하 빈병을 돌려받을 때 지급하는 수수료와 같다.

갈등이 불거진 건 올해 4월 출시된 진로가 '대박'을 터트리면서였다.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출시 72일 만에 1000만 병을 돌파하는 등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소주업체들은 빈병을 수거한 후 녹색 공용화병은 세척해 자사 라벨을 붙여 재사용하고, 표준화되지 않은 병은 제조사에 돌려줘왔다. 하지만 롯데주류는 하이트진로가 하늘색 투명한 병을 사용한 탓에 반환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난 데다 공용화 협약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다른 생산자 제품의 빈용기를 회수한 경우 녹색 병을 제외하고 해당 생산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2009년 맺은 공용화병 협약도 녹색 소주병 공용화 실현이 목적이었을 뿐 녹색 병을 제외한 병은 협약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주류와 '용기 상호 교환 계약'을 체결해 매년 1000만 병 안팎의 청하 빈병을 10년 넘도록 분리해 반납해왔다"며 "10년 이상 타사 용기 선별·반환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롯데주류에서 진로 빈병 선별·반환 의무를 이행하기 어렵고, 당사 공용화병 미사용이 공병 재사용 정책에 반한다고 주장해 납득하기 어려웠었다"고 밝혔다.

두 업체 간 빈병 갈등이 풀린 가운데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다음 달 연구용역을 발주해 타사 이형병을 재사용(회수-선별-생산 등)하는 데 발생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추가 발생 비용 등을 조사·분석해 교환 비용과 방식을 제시할 예정이다.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파손된 병 등에 대한 추가 정산도 이뤄진다.

센터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롯데주류뿐 아니라 다른 제조사에서도 비표준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제조사의 공장을 찾아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포함해 비표준 용기와 관련한 현황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연구용역 결과가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소주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입장. 이 관계자는 "비표준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연구용역 결과를 수용하게끔 가야 한다. 비용에 관한 객관적 자료까지 무시한다면 좀 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소주병을 재사용하는 게 이득이다. 소주병을 새로 만드는 비용은 병당 150원 수준인 데 반해 빈병을 재사용하면 세척비 50원에 수수료만 들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세계 유수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획일적인 디자인을 강요하는 것은 제품 다양성을 해쳐 핸디캡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도 제한한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새로운 병을 추가로 만드는 데 투입되는 자원 낭비를 막고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등 비용·환경 측면에서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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