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감협 연구단, 성적 위주 교육과정 탈피 제안
수시 정시 시기 통합·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등 주장

대입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13개 대학에 대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7일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이달 말에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협의회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지난해부터 1년 여간 연구한 대입제도 개선 방안 연구 결과를 지난 4일 공개했다. 중장기적인 대입제도 개편 방안, 논란이 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대입제도개선연구단 보고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교사가 중심이 된 대입제도 개편안 = 지난해 8월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공론화를 거친 권고안을 받아들여 정시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 비율 30% 이상 확대, 고교 학생부 기재 개선 등을 하기로 했다. 이때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사가 중심이 돼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입제도 개선안을 만들기로 했다. 정시 수능 비율 확대는 교육 현장과는 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고등학교 교사 1명씩 추천됐고, 이후 3명이 추가돼 전국 교사 20명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연구한 결과를 지난 4일 시도교육감협의회 자리에서 알렸다.

개편 방안의 핵심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따라 고교 학점제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대입제도다. 고교학점제는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하는 교육과정 이수·운영제도다.

장광재 연구단 연구보고서 팀장(숭덕고 교사)은 "교사들이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지킬 수 있는 대학입시를 만들어보자고 시작하게 됐다. 고교학점제가 되면,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다양화하는데, 현재와 같은 정시 수능 시험구조가 존재하면 교육과정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창원여자고등학교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고사장을 확인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창원여자고등학교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고사장을 확인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수능은 참고자료로 활용" = 연구단은 고교학점제에 맞게 수능 비중을 낮추고, 전형을 단순화할 것을 제안했다. 수능을 대학 입학의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수 있게 자격고사화하자는 취지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 과목을 기준으로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6개 과목을 수능 과목으로 정해서 A, B, C, D, E 5단계로 절대평가하자는 안이다.

또, 수능 시험 시기도 1학기 일정을 마치는 7월, 2학기 일정을 마치는 12월 두 차례 치를 수 있게 해서 학생이 원하는 때에 과목당 1회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학생은 과목당 절대평가 점수를 받은 후 이후 다른 교육과정과 전형을 준비할 수 있다.

대입 전형도 현행 수시·정시를 통합해 12월에 진행해 3학년 2학기 교실을 정상화하자는 안을 냈다.

연구단은 전형 유형도 현재 4+2체계(수시 학생부교과 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위주 전형, 실기 위주 전형 등 4개, 정시 수능 위주 전형, 실기 위주 전형 등 2개)를 학생부 전형, 교과전형, 수능 전형, 실기 전형 등 4개 전형으로 줄이자고 했다. 그러면 대학들이 4개 전형 중 2개를 골라서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예를 들면, A 대학이 교과전형, 수능 전형을 선택하는 식이다.

◇내신도 상대평가 아닌 성취도 평가로 = 연구단은 학생 평가(내신)도 현재 9등급 상대평가 방식에서 차츰 6단계 성취도 평가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고교학점제가 부분 도입되는 2022년에는 일반선택과목, 공통과목은 현행대로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진로선택과목에 대해서 4단계 성취도 평가(A, B, C, F)를 하되, 고교학점제가 본격 도입되는 2025년에는 전 과목을 6단계 성취도 평가(A, B, C, D, E, F)하자는 안이다.

연구단은 이같이 교육과정과 연계한 입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대입정책 거버넌스를 구성해 대입정책을 연구할 것도 제안했다. 정치권 참여를 배제해서 정치논리 개입을 사전에 막고 교육부는 행·재정적 지원만 전담하도록 해서 독립성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진형 연구단 연구위원(창원중앙고 교사)은 "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벌써 발표하느냐고 묻는다. 내년에 고교학점제 부분 도입과 관련해 교육과정 일부 개정 고시를 앞두고 있다. 2022년에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맞춰 교육과정 개정 고시를 한다. 2025년에 시험을 보는 학생은 올해부터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2021년 2월에 대입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그러니까 적어도 2020년 초부터 고교학점제에 맞춘 대입 제도 연구가 시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작년에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는 이미 발표된 대로 3년은 가야 한다. 서울형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일부 학교에서는 벌써 부모들이 수능에 맞는 과목을 해달라고 요청을 받는다고 한다. 정시 비율이 확대된다면, 학생들은 학교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기보다 수능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고 수능 점수를 올리기 위한 공부에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종은 어떻게 하나 = 연구단은 논란이 된 학생부종합전형은 앞으로 고교학점제에 따라 교과과정을 운영하면 창의적 체험활동(자율활동, 진로활동) 시수가 줄어들고, 이런 활동이 교과 수업에 흡수돼 수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6일 학생부 종합전형 실태조사에서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2개 대학의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202만여 건의 전형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내신등급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 순으로 나타나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확인했다. 고교의 기본정보와 교육과정 등이 담긴 고교 프로파일을 통해 학생부 기재가 금지된 정보가 편법으로 기재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당장 학생부종합전형의 논란 여지를 없애려면, 대학의 학생 평가 기준 공개, 비교과 영역에 대해서는 교사나 학교에 따라 기재에서 차이가 나지 않도록 패턴을 정형화하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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