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동물권 중시 확산에 채식 인구 10년 새 10배 증가
신선한 재료·덜 자극적인 맛에 부담없이 즐기기 좋아

국내 채식 인구는 얼마나 될까. 한국채식연합이 추산한 우리나라 채식 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100만~150만 명으로 지난 2008년 15만 명에서 10배가량 증가했다. 채식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채식 위주의 식당과 카페가 생기고 편의점에서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간편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광주지역에서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채식급식이 시행되고 최근엔 시민단체들이 '군대 내 채식 선택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그들은 소수자다. 채식주의자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게 따갑고 메뉴 선택의 폭이 좁다. 개인적으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관심이 높아 최근 생긴 창원지역 채식식당을 부서원들과 찾았다.

이곳은 모든 메뉴에 육류, 계란, 우유, 동물성 치즈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동물성 원료 대신 견과류, 콩, 버섯, 채소, 영양효모 등을 이용한다. 우연히 SNS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됐고 몇 번 방문했다. 메뉴는 한식이 아닌 서양식이다. 샐러드, 파스타, 피자, 햄버거 등을 판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맛은, 좋다. 재료가 신선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채식식당을 처음 방문한 김해수 기자는 "맛있어서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지: 채식식당을 방문하기 전 어떤 기대(?)를 했나?

이서후: 예전에 이곳 말고도 용지호수 부근 채식식당을 여러 번 가봐서 딱히 기대는…(웃음). 그리고 주위에 비건(VEGAN·완전채식)이 많아서 채식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김해수: 태어나서 처음으로 채식식당에 왔다. 육류로 만든 요리를 비슷하게 흉내를 낸, 이를테면 콩스테이크 같은 음식이 아니길 바랐다. 기존 고기 요리랑은 전혀 다른 요리였으면 좋겠다.

▲ 병아리콩·캐슈넛 드레싱을 가미한 샐러드.
▲ 병아리콩·캐슈넛 드레싱을 가미한 샐러드.

우리는 메뉴 3개를 시켰다. 크루통(튀긴 식빵 조각)과 구운 병아리콩이 토핑된 샐러드, 버섯시금치 피자, 토마토소스와 가지 튀김이 곁들여진 가지 토마토 파스타다.

김해수: 생각보다 맛있는데? (웃음)

김민지: 이 메뉴 말고도 다른 메뉴를 먹었을 때도 맛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 대신 채소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채식인을 위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눈팅만 하고 오프라인 모임은 가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서후: 채식에도 단계별로 여러 유형이 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첫 단계부터 시도해봐도 좋을 듯하다. 난 돼지고기 특유의 향이 싫고 몸에 잘 맞지 않아 즐겨 먹지 않는다.

김해수: 남편이 고기를 좋아하고 일을 하다 만나는 사람들도 고기 메뉴를 많이 선택해서 개인적으로 고기를 덜 먹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가 스스로 메뉴를 선택할 수 있을 때만큼은 고기를 덜 먹어보자고 말이다.

김민지: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지만 선뜻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생활 때문이다. 취재원과 함께 밥을 먹거나 외식이 잦아서 메뉴를 선택할 때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왜요', '어디까지 먹어요', '이건 먹나요?' 등 간섭을 할 것 같다.

김해수: 불편할 것 같다. 다이어트 하냐는 둥, 별나다는 둥, 몸이 좋아지는 것 같냐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 게 뻔하다.

▲ 토마토 소스에 구운 가지를 곁들인 파스타.
▲ 토마토 소스에 구운 가지를 곁들인 파스타.

이서후: 완전채식은 의지다. 쉽지가 않다. 지인인 봄눈별(음악인으로 채식주의자다)은 자신만의 그릇을 들고 다닌다. 현대인이 왜 채식을 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

김해수: 과잉 영양 섭취 때문이지 않을까.

이서후: 우리가, 인간이 소비하는 고기만을 위해 동물이 길러지고 있다. 그건 (동물에게)삶이 아니다. 평생을 우리 안에 갇혀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돼지나 닭으로 태어나서 그런 삶을 산다는 게 좀 그렇지 않나?

김해수: 또 그렇게 길러진 고기를 먹으면 우리에게 도움도 안 된다. 닭 같은 경우에는 비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여진 상태로 길러지고, 닭똥을 치우면서 물도 오염되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김민지: 동물권을 존중하는 사람이 채식을 하거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또 건강상의 이유도 있고. 우리나라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기보다는 그 선택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판단하는 게 있다. 채식주의자들이 살기는 어려운 나라다.

김해수: 일본에서는 고기를 먹는 대신 단백질을 보충하고자 곤충을 먹는다고 하더라. 고기를 안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바퀴벌레, 애벌레 등 곤충 셰이크를 먹는다고 하던데. 유망한 산업이라고 들었다.

김민지: 개인적으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 영양 결핍이 우려되기도 한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캡처해놓은 걸 본 적이 있는데 채식 부부와 자녀의 이야기였다. 부모가 10대 아이에게 채식 식단만을 먹였는데 건강 검사 결과 영양 결핍과 저체중이 발견됐었다. 애들이 고기도 안 먹고 우유도 안 먹고 과자도 안 먹고…아이에게 가혹한 게 아닌가,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김해수: 친구 아버지가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주의자 이상으로 음식을 가려 먹어 그 친구도 10대 때 아무거나 못 먹었다. 중학교 1학년처럼 보일 정도로 왜소했었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자신이 선택해서 음식을 먹는다.

이서후: 조선시대 밥상을 보면 고봉밥에 반찬이 채소 위주다. 채식은 정신의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자는 운동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처럼 자신의 가치를 실천하는 방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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