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고향 창녕서 재기 꿈꾸는 듯
그가 좋아한다는 '척당불기'와 멀어보여

지난달 22일 MBC <100분 토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연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맞짱 토론을 했다. 홍 전 대표는 여전했다. 조국 전 장관 관련 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자'에게 너 감옥 갔다온나라는 법이 어딨나. 나는 내 '각시'를 그런 식으로 내몰지 않는다. '사내새끼'가 아니다."

토론 질문자로 참석한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말했다. "젠더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홍 전 지사는 이 지적이 나름 신경 쓰였던 것 같다. 이후(본방 및 유튜브 방송분 포함) 이 부분에 대해 몇 차례 사과 뜻을 나타냈다. 지적을 해줘야만 문제임을 인식하는 것에 방점을 두어야 할지, 그나마 지적이라도 하니 알아는 듣는 것에 방점을 두어야 할지.

이날 토론 사회자, 유시민 이사장, 방청객들은 홍 전 지사를 마치 철부지 애 다루듯 맞춰주는 분위기였다. 본인만 그걸 모르는 것 같았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2017년 4월 10일 오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경남도청에 모였다. 그리고 소금을 뿌렸다.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가 도청을 떠나는 길이었다.

그는 앞서 자유한국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뽑혔다. 그냥 떠나면 될 것을, 끝까지 그다웠(?)다. 도지사 보궐선거를 아예 원천봉쇄하기 위해 '꼼수 사퇴'를 했다. 홍 전 지사는 전날 오후 11시 57분 도의회 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사퇴 시한 3분을 남겨두고서다.

도청에 모인 시민단체 관계자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았다. "홍준표 불통과 독선은 박근혜보다 10배나 더 큰 고통이었다. 재수 없는 손님 떠나는데 경남에 큰 복이 오길 기대한다."

홍 전 지사는 차에 오르며 이렇게 말했다. "가는 날까지 저래, 좌파들이."

홍 전 지사가 직을 수행했던 5년여의 시간. 돌아보는 것 자체가 끔찍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경남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경남도민으로서는 다행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홍 전 지사는 대통령 선거 기간 상식 이하의 언행을 이어나가며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2년 6개월여가 흐른 지금. 그가 또 경남에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내년 총선 때 고향 창녕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 경남을 이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고향마저 지렛대로 삼으려는가 보다. 나름대로 배포 있는 척하더니, 비빌 언덕을 결국 고향에서 찾으려는 것 같다.

홍 전 지사는 2013년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좋아하는 사자성어를 '척당불기'라 했다.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서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 뒷부분은 해당하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뜻이 크고 기개가 있다'와는 거리 멀어 보인다.

홍 전 지사에 대해 한때 느꼈던 분노는 이제 애처로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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