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 손본다고 교육문제 해결 못해
학력별 임금 격차 철폐하면 풀어질 일

미용실에서 종이돈 한 장을 주고 머리를 잘랐다. 어떤 날은 미안해질 정도로 서비스가 만족스러워서 머리를 만져준 사람에게 팁이라도 줄까 궁리하다가 받는 미용사의 기분이 어떨지 몰라서 그냥 나온 적이 있다. 또 어떤 날은 미용사 중 이주민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얼마나 임금이 적었으면 이주민을 채용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하고 함부로 짐작하기도 했다. 같은 미용사라도 정규직이 아닌 수습직은 처우가 매우 박할 것이다. 머리 감기는 일은 늘 앳된 미용사 몫이었다.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일에서 발화한 입시 공정성 문제가 정시 확대냐 축소냐로 논쟁이 이어지는 것은 답답하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정시 축소, 수시 확대라는 원칙적으로는 이상적인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함으로써 제도의 취지와 뿌리를 비튼 자들이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아무리 폐단이 있어도 수시 위주로 가는 것이 맞다는 내 생각을 뿌리째 흔들었다. 수시든 정시든 또다른 조국 부부들은 어떤 입시제도가 나오더라도 그것에 올라타서 농락하고 말 것이다. 교육당국으로서는 수시든 정시든 입시 방향을 정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제2의 조국 부부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내신을 확대하고 교육 소외 지역 아이들을 배려했더니 외고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농어촌 학교로 전학 가는 일이 생겼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일괄전환 계획에도 믿음이 안 간다. 일반고 중심으로 개편한다고 해서 조국 같은 부모가 안 나올 리 없다.

교육 문제를 교육으로 풀 수 있는 시대도 있었다. 1988년 과외금지 위헌 결정 전에는 그랬다고 생각한다. 사교육을 강제로 금할 수 있다면 구부러진 교육사다리 문제는 상당 부분 풀릴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한 지금 입시 제도를 손보는 것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교육은 모든 사회 문제와 맞물려 돌아간다. 무덤에 가기 전까지는 교육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국인은 없다. 교육 지역에 구치소 들어오지 말라는 사람들의 시위는 물론이고 한창 일할 나이의 여성 경력단절도 많은 경우 자녀의 방과 후 '학원 케어'에 있다. 친환경 먹거리 시장의 성장도 입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식을 잘 먹여서 입시 경쟁에서 유리하게 해야 하므로.

교육 문제는 입시도, 교육도 아닌 다른 문제를 통해 출구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이 불가능해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 조국 딸이 입시경쟁력 높이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게 아니라 그런 경쟁력을 쓸 데가 없게 하는 것, 소위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사람대접을 받는 세상이 되게 하는 것은 학력별 임금 격차 철폐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뿌리내려야 한다.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비정규직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대책들은 비법이랄 것도 없으며 새로 나온 따끈따끈한 것도 아니다. 알고 있지만 안 지켜지고 있고, 정부는 차마 밀어붙일 용기가 없다. 조국처럼 자신들도 입시를 희롱한 기득권의 한 축이거나, 아니면 기득권의 반발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일까. 임금 격차가 해소된다면 미용사는 대학졸업장이 없어도 대졸자보다 대우가 나아질 수 있다. 그리 되면 단돈 1만 원으로 머리 자를 수 있는 미용실은 없어질 것이다. 푼돈에 불과한 돈으로 미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현실도 학력 차별의 큰 폐해인 셈이다.

그리고 이참에 입시에서 헌혈을 제외한 봉사활동은 뺐으면 한다. 능력 있는 부모는 정보력도 인맥도 없는 부모가 생각지도 못하는 곳에 자식을 꽂아놓는다. 그까짓 봉사활동점수가 얼마나 되겠냐고, 당락을 좌우할 정도이겠냐고 생각하시는가. 자식 입시에 영혼을 판 자들은 소수점에도 목을 맨다. 중·고등학생 봉사활동점수를 부여하는 단체에 몸담고 있다 보니 꼴불견 부모들을 숱하게 본다. 그런 부모들이 입시 경쟁의 승자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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