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대학생·문예반 출신
각각 동아리 꾸려 습작 활동
옛 시화전·활동사진 한눈에

창원시립 마산문학관이 9일부터 제44회 특별기획전 '7080 마산의 문학동인 자료전'을 2층 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지난여름 제43회 '마산 문단의 전설 백치 동인 자료전'에 이은 두 번째 지역 문학사 전시다. 이런 전시는 언제나 반갑다. 지역 문화와 관련한 자료 수집과 정리는 박물관,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공공 문화 기관이나 지역 언론에서 꾸준히 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 수출자유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갯벌 문학동인 1976년 야유회 모습. /마산문학관
▲ 수출자유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갯벌 문학동인 1976년 야유회 모습. /마산문학관

◇지역 문화 자산, 문학동인들 = 9일 오후 4시 30분에 전시실에서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광석 원로시인과 성선경 마산문학관 운영위원장이 밝혔듯 마산 문학 동인들이야말로 지역을 대표할 만한 문화 자산 중 하나다.

해방 직후 조향, 김수돈, 박목월, 김춘수, 유치환, 이호우, 서정주 시인이 모여 시 동인지 <로만파>를 만든 곳이고, 한국전쟁 때도 문학청년들이 모여들어 '처녀지', '청포도', '흑상아' 같은 문학 모임이 활발했다. 이런 환경에서 1956년 당시 마산 지역 고등학생들이 만든 문학동인 백치(白痴)는 이후 경남 문학 여명기를 이끌었다. 이렇게 1980년대까지 마산, 창원, 진해 지역에서 문학동인 활동이 끊이지 않았다.

마산문학관의 이번 전시는 마산 문학 황금기라 불리는 1970, 1980년대 대표적인 문학동인 '사향', '갯물', '갯벌'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 마산 지역 고교 문예부 출신들이 만든 사향 문학동인이 연 1980년 제2회 사향문학의 밤 행사 사진. /마산문학관
▲ 마산 지역 고교 문예부 출신들이 만든 사향 문학동인이 연 1980년 제2회 사향문학의 밤 행사 사진. /마산문학관

◇고등학교 문예반 출신이 만든 사향 = 먼저 사향은 1978년에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만든 '윤슬' 문학동인을 계승한 모임이다. 이름만 다를 뿐 구성원은 같다. 전시 자료집에 실린 회고록을 보자.

"1977년 마산여자상업고등학교(김명희, 강숙련)와 성지여자고등학교(임정애), 마산공업고등학교(우무석, 박영주, 유영국), 창신공업고등학교(이종찬, 강신형) 등 4개 고등학교 문예부에 적을 두고 또 한편 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젊음을 불태우던 새파란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탄생시킨 문학동인회가 바로 윤슬이다." (강신형 시인)

1978년에 습작 시를 모은 첫 동인지 <윤슬>을, 1979년에 두 번째 동인지 <사향>을 낸다. 후에 월초 정진업 시인의 조언에 따라 사향으로 이름을 바꾼 이들은 '사향가'라는 노래도 만드는 등 동인 활동에 열심이었다. 여러모로 복잡한 시대였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사향의 문학도들은 불안한 젊음을 시에 의지해 건너냈던 것 같다.

▲ 마산문학관 2층에 전시된 각종 문학동인지들. /이서후 기자
▲ 마산문학관 2층에 전시된 각종 문학동인지들. /이서후 기자

◇경남대 재학생이 중심인 갯물 = 갯물은 경남대 학생들이 1963년에 만든 문학동인이다. 요즘 같으면 문학 동아리 정도 되겠다.

"갯물동인회 성격 - 경남대학에 재학하는 학생 중 문학적인 자질이 인정되는 사람으로서 입회를 희망하는 자를 연년이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재학 중 동인활동을 하다가 졸업 후에도 그 활동을 계속하게 하므로 재학생 회원과 졸업생 회원이 공존하는 문학 서클임." (갯물 동인지 자료 중)

김미윤, 변승기, 서종, 성선경, 성창경, 송창우, 이월춘, 정대중, 정일근 시인이 이 동인 출신이다. 역사가 오랜 만큼 연령대가 다양한다. 이들은 경남대 출신이라면 추억으로 남은 '노인정'을 포함해 마산시내 여러 다방에서 꾸준히 시화전을 열었다. 1978년에야 첫 동인지 <갯물>을 발간한다.

▲ 1971년 경남대 졸업앨범에 실린 갯물 문학동인 사진,  /마산문학관
▲ 1971년 경남대 졸업앨범에 실린 갯물 문학동인 사진, /마산문학관

◇수출자유지역 노동자들이 만든 갯벌 = 갯벌은 1974년 당시 수출자유지역(현재 자유무역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문학 동인이다.

"본회는 수출자유지역에 근무하는 종업원들 중 문학에 뜻을 두거나 사랑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모임으로서 갯벌 문학동인회라 칭한다."(갯벌 회칙 1항)

"종일 일만 하는 수출자유지역의 청춘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문화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했고, 그러다가 우선 내가 먼저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갯벌 동인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각 문학단체의 백일장에서 입상한 분들을 대상으로 관리사무소의 최창렬 수필가가 주선하여 황선하 시인, 오미리 시인 등과 함께 갯벌 동인을 출발시켰다."

당시 수출자유지역에서 상담사로 일했던 김미숙 마산문인협회 회장(시인)의 회고다.

갯벌 동인들은 1975년 첫 동인지 <갯벌>을 펴내고, 시화전과 문학의 밤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전시실에서는 이들 동인이 발간한 동인지들을 포함해 시화전이나 문학의 밤 초대장이나 안내장, 동인 활동을 하던 당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30일 오후 4시부터 전시실에서는 이번 전시 참가 동인들이 준비하는 '7080 동인 문학의 밤'도 열린다.

전시는 12월 15일까지다. 문의 마산문학관 055-225-7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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