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낮은 업종 택했다 망하기 십상
행복한 인생 2막 위해선 철저한 준비를

은퇴와 퇴직을 혼용해서 많이 사용하지만, 차이가 있다고 한다. 둘다 현재의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같으나, 퇴직은 현직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을 때를 말하고, 은퇴의 뜻은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으로, 돈을 벌고자 일하는 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를 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직장인 대부분이 바라는 것은 퇴직이 아니라 은퇴일 것이다. 그것도 풍족한 생활이 보장되는,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은퇴.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말 발표한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학부(전문대학, 일반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각종학교, 기능대학 포함) 졸업 취업자의 월평균 급여는 약 231.5만 원으로 공학계열 260.5만 원, 의약계열 243.1만 원, 사회계열 229.2만 원, 자연계열 216.9만 원, 인문계열 215.7만 원, 교육계열 194.2만 원, 예체능계열 183.1만 원으로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 월 급여를 231만 원 받는다면, 이 중 70%를 열심히 모아도 한 해 모을 수 있는 금액은 2000만 원가량.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이 돈조차 모으기 쉽지 않다. 그렇게 10∼15년을 모아서 조기 은퇴하는 파이어족? 웬만한 노력으론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직장인은 은퇴를 꿈꾸지만 퇴직을 한다. 퇴직자가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자영업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커피전문점수는 서울 강남구가 1739개로 가장 많고 창원 1420개, 수원 1321개, 성남 1278개 순이었다. 2018년 현재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수는 1만 5000개로, 매장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폐점 대비 신규 개점 매장수가 많지만 최근 신규 개점은 정체된 가운데 폐점이 증가하고 있으며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2015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커피숍이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다.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오는 길, 빈 가게가 보이면 "저기서 커피숍이라도 해볼까" 하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곤 한다. '커피숍이라도'. 특별한 기술 없는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준비 없는 창업은 그만큼 쉽게 망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달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기업대출 중 자영업자들이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332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09조 1000억 원)보다 23조 2000억 원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도·소매, 숙박·음식점 업종으로 분석된다. 창업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이다. 결국 퇴직 후 '할 게 없으니 이거나 선택'해서 하는 창업은 빚에 허덕이다 폐업의 길을 걷기 십상이다. 금융 계획과 같은 노후 대비, 기술 습득 등의 여러가지 철저한 준비, 은퇴하든 퇴직하든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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