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전 대장의 시대착오적인 망언
그의 생각은 1980년대에 머물러 있어

1980년대만 해도 동네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모여 '대장놀이'라는 걸 많이했다. 무리 중 한 명이 대장이 되고, 나머지 아이들은 대장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거다. 좀 험한 동네에서는 대장 말을 안 따르면 구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놀이로 생각하고, 명령을 내리는 대장 아이나, 명령을 따르는 '쫄병'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즐기면서 했다. 대장놀이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전쟁'이었다. 어떻게든 적을 만들어 그 무리와 대립을 했다. 적이라고 해봐야 특별히 우리 편에 잘못한 건 없었다. 그냥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뿐이었다. 서로 뭉쳐 다니다가 옆 골목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으르렁대고 패싸움까지는 아니어도 욕설과 위협을 줬다. 행여 혼자서 돌아다니다 적의 무리를 마주하게 되면 기가 죽은 채 지나치거나, 가던 길을 포기하고 줄행랑을 쳤다.

1980년대 아이들은 이전 대통령부터 현재 대통령까지 죄다 군인 대장 출신이고, 소위 권세가들도 대부분 군인 출신들이니 그런 군사문화를 동경하는 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집에서도 부모한테 혼이 날 때,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라는 불호령이 떨어지고 '기합'을 받았다. 학교에 가서도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원산폭격'이나 '엎드려 뻗쳐'와 같은 기합을 받았다. 심지어 몽둥이질까지 당하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1980년대 초반 어느 해인가는 동네의 어떤 껄렁한 청년이, 술주정 부리는 동네 아저씨, 공부 잘 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 '빨갱이'가 됐다는 청년, 이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진 적이 있었다. 국가에서 정신을 개조한다며 삼청교육대로 끌고 간 것이다. 그렇게 끌려간 사람들은 다시 돌아왔을 때 정말 정신이 개조됐다. 좋은 쪽이 아니라 아주 나쁜 쪽으로, 정신이 병들어 왔다. 더러는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1980년대가 지나고 세상은 많이 나아졌다. 대통령을 비롯해 높은 지위의 관료들도 군인이 아닌 사람들이 됐다. 소위 군대문화라고 하는 것도 가정과 학교, 회사 등에서 꾸준히 바뀌어 갔다. 아직 잔존해 있는 곳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조직은 세상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으며 범죄 취급을 받는다. 이제 군대문화가 대놓고 있는 곳은 군대 그곳밖에 없다. 혹자는 군대가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편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군대는 군대다. 왜? 얼마 전까지 군대 최고 계급까지 올라간 박찬주 전 대장을 보면 군대문화가 1980년대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박 전 대장은 갑질 폭로를 한 군인권센터의 소장을 삼청교육대에 보내서 기합을 받고 정신을 개조시켜야 한다고 했다. 공관의 감은 공관병이 따야 하고, 발코니 화분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대장의 부인에게 감금당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아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 공관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 때, 또래인 공관병들이 시중을 드는 건 사회 통념이라고 했다. 박 전 대장은 징병제로 군대에 온 병사들이 자신의 노예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마치 근대 이전에 전쟁에서 이겨 적국으로부터 끌고 온 전쟁 노예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전쟁을 해보지도, 승리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대장놀이를 하지 않는다. 그런 거 말고도 놀 게 많다. 전쟁게임에서도 리더라고 해서 박 전 대장처럼 굴면 매장당한다. 박 전 대장은 기갑전술에 뛰어나다는 평이 있다. 아마 그가 운용했던 탱크는 'T80'인가보다. 21세기까지 업그레이드 안 된, 고물 탱크로 머물러 있나보다. '똥별' 대장놀이는 이제 혼자서나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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