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 막히고 내수 줄고
통영 근해장어통발업계·중매인 내달 19일까지 조업 교대 중단

일본의 경제도발 여파와 내수 부진으로 바닷장어(붕장어) 재고가 쌓이자 통영 근해장어통발업계가 자구책으로 '조업 중단' 카드를 꺼냈다.

근해장어통발어업인과 장어중매인협회는 최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오는 12월 19일까지 어선별(총 58척)로 7일씩 장어 조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근해통발수협 등에 따르면 국내 바닷장어 70%가 통영에서 생산되는데, 절반 이상을 일본으로 수출해왔다. 하지만, 일본의 무역 규제조치로 통관 인력을 늘리며 검역을 강화한 데다, 현지 수입상들도 이를 핑계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사실상 수출길이 막혔다.

여기에다 국내 경기침체로 내수마저 부진해 위판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예년에는 ㎏당 1만 1000~1만 2000원에 거래됐으나 최근엔 8000~9000원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냉동창고에는 지난해 말 150t(22억 원)이던 재고량이 11월 10일 현재 450t(55억 원)으로 세 배 증가했다.

이에 근해통발수협은 바닷장어 소비 촉진과 시장 개척을 위해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서 열리는 각종 박람회와 축제장에서 시식회를 여는 등 바닷장어 홍보와 판매에 노력해 왔다.

특히, 국방부와 논의해 2020년 군대 신규급식 제안품목으로 통영 바닷장어를 추가 지정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지난 10월 하순 3차에 걸쳐 6t을 국방부에 공급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군대 급식용으로 납품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재고 소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낙 고가의 식재료이다 보니 공급량 확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지 못한 통영 근해장어통발 어민들은 가을철 바닷장어 성어기를 맞아 조업에 나서고는 있지만 예년보다 어획량이 줄었음에도 재고가 급격히 증가해 불가피하게 '조업 중단'이라는 자구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바닷장어 생산자 단체인 장어통발선주협회는 일단 이번 조업 중단 조치로 일시적이더라도 장어 생산량이 줄어들어 바닷장어 재고 물량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바닷장어의 장기적인 판로를 확보 못 하고, 소비 둔화가 장기화하면 출어 경비도 건지지 못하는 장어 가격으로 2차, 3차 조업 중단사태도 올 수 있다는 위기감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바닷장어는 활어로 생산·유통해야 제값을 받는데 새로운 판매처를 찾지 못해 안타깝다"며 "당장 조업으로 재고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선원 임금 등 고정 경비 지출이 불가피해 조업 중단이 이어지면 장어통발 어민이나 가족 생계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어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