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4 참가 목표 창단 절차 분주 내달 초 선수 공개테스트 예정
진주고 라이벌 U-18 창단 노력 동네 들썩이게 할 구심점 꿈꿔

초등학교 때 꿈꿨던 '축구선수'가 되지 못한 황동간(54) 진주시민축구단 단장이 진주 축구 부흥을 위해 다시 한 번 총대를 멨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선거 당시 내셔널리그 팀 창단 공약을 내세웠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공약 이행은 좌절됐다. 대신 K3팀 창단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이마저도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실업축구연맹이 내셔널리그를 폐지하고 디비전 시리즈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어려워졌다. 디비전 시리즈는 K리그1에서부터 K7리그까지 단계별 리그를 치르되, 현재 K리그 1~2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승강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K3에 참가하려는 구단은 모든 선수에게 연봉을 지급해야 하고 구단도 독립 법인으로 해야 한다. 신생구단으로서는 이런 모든 조건을 갖추기는 어렵다. 결국, K4리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구단 창단과 리그 참가를 위한 각종 절차 등으로 바쁜 황 단장을 최근 진주시내에서 만나 구상을 들어봤다.

▲ 황동간 진주시민축구단 단장. /정성인 기자
▲ 황동간 진주시민축구단 단장. /정성인 기자

-조규일 시장의 내셔널리그 팀 창단 공약 당시 축구계에서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주는 오랜 축구 도시다. 물론 시세가 인근 창원이나 김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목포나 강릉 천안 이런 곳에서도 내셔널리그 팀을 운영하고 있지 않나. 진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진주시에 축구팀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주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대한민국 축구의 중심 역할을 한 사람을 배출했다. 그렇지만, 구심이 돼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롤모델이 될 성인 팀이 없다 보니 선수 발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중고에서 빼어난 선수가 배출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스팀 창단을 얘기하는 건가?

"그렇다. K리그에 참가하게 되면 산하에 유스팀을 둬야 한다. 진주에 U-12(초)나 U-15(중)팀은 비교적 활성화돼 있다. 이건 기존 팀을 지원해주며 시민축구단 산하로 영입해도 되고, 새로 창단해도 된다. U-18은 진주고가 있긴 한데 여기는 경남FC 유스팀이어서 새로 팀을 만들어야 한다."

-U-18 창단 계획은 있나?

"마침 모교가 대아고등학교다. 몇 년 전 총동창회에 모교 축구팀 창단을 제안했지만, 당시는 동창회 재정이 축구팀을 후원할 정도는 아니어서 흐지부지됐다. 이제 시민축구단이 창단하게 되면 유스팀에도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동창회와 모교에 팀 창단을 제안해볼 생각이다."

-꼭 대아고등학교를 고집하는 건가?

"그건 아니다. 동창회와 모교에서 거부한다면 다른 고등학교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 고교 평준화 이후 진주에는 많은 일반계 고등학교가 생겨나기도 했다. 평준화 전에는 진주고가 최고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후로는 각 학교나 동창회도 강한 라이벌 의식이 생겨났다. U-18 팀이 2개가 있어 정기적인 교류전을 하면서 동창들의 참여도 이끌어내고, 축구를 통한 지역민들의 구심점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예전 강릉에서는 강릉농고와 강릉상고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농상전'이라 해서 온 강릉 시내가 들썩였다. 그런 문화를 진주에서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올해까지 내셔널리그 팀 예산을 보면 최소 25억 원 이상을 썼다. (라이벌전이) 시 예산을 그 정도로 들일만큼 가치 있는 일인가?

"고교 라이벌전만 해도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하지만, 더 큰 그림이 있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진주는 축구팀의 동계훈련지였다. 지금의 FC서울을 비롯해 프로부터 대학, 고교 팀까지 겨울이면 진주 시내 거리에 운동복을 입은 선수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그게 다 없어졌다. 다 어디로 갔나? 제주 서귀포시가 가장 많은 팀을 가져갔고, 도내에도 합천 함안 창녕 고성 등이 계속 투자하며 정규 축구장 면수를 늘려 동계훈련 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진주는 그냥 손을 놓고 있었다. 이들을 다시 유치하고 싶다."

-지금 팀 창단 관련 진행상황은?

"축구협회에 K4 참가 신청을 해뒀고, 법인 설립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그동안 감독과 코치진 구성을 완료했고 사무국도 구성했다. 선수단은 다음 달 초 공개테스트를 통해 선발할 예정이다."

-시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진주 축구의 전통과 명예를 지켜가고자 열심히 하겠다. 내년 시에서 지원받는 예산은 9억 원으로 많이 부족하다. 시민 여러분과 출향 인사들이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을 보내준다면 몇 배 더 큰 진주의 자존심으로 되돌려 드리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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