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세 번째 해고통보, 현장서 계속 일하고 싶어
정규직·시민사회 연대해 사측 부당함 알려나갈 것

"한국지엠 비정규직으로 일해오며 세 번째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8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650여 명은 지난 10월 24일 사측으로부터 올해 말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집단해고 위기에 처한 이들이 지난 6일 한국지엠 창원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배성도(39) 씨를 만났다.

그는 12년째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그 역시 해고 통보를 받았다. 70대 부모님을 모시는 집안 가장인 그에게 이번 해고 통보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배 씨는 이번 해고 통보가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 해고당할 때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지만, 원청과 하청업체 간 계약기간 만료였다. 당시는 다른 업체와 계약으로 직장을 잃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해고 결정이 날 경우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는 두 번의 해고와 다른 공정 배치로 심각한 생활고를 겪었다. 다른 공정으로 배치되었을 때는 임금이 줄어 야간 대리운전 아르바이트까지 겸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배 씨는 "해고를 당하지 않은 사람은 그 아픔을 모른다.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살아왔던 내게 첫 해고는 아픔이자 절망이었다. 누구에게도 속내를 내비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두 번의 해고와 인사이동으로 경험했던 생활고와 고민을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노동현장에서 일할 수 없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아직은 현장에서 일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배성도 씨는
▲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배성도 씨는 "벌써 세 번째 해고다. 두 번의 해고와 인사이동으로 경험했던 생활고를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아직은 현장에서 일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배 씨는 해고 통보가 곧 해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한국지엠 노동자로 계속 일하고 싶다. 이곳은 내 청춘을 바친 곳이라 쫓겨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배 씨는 물량 부족만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측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물량 부족이 곧 해고라면 물량이 많을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거나, 처우개선을 해준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또 생산 공정의 노동환경도 바뀌지 않은 것이 지금의 한국지엠이다. 물량이 줄었다고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결과다."

그는 반복적인 계약만료와 해지 속에 업체와 하청업체 대표는 바뀌지만 현장소장은 바뀌지 않고 늘 생산라인을 지켰다고 했다. "모든 환경이 바뀌어도 현장소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는 곧 불법파견의 증거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단기계약 노동자로 살아간다. 짧은 단기계약을 맺고 직장을 잃지 않으려 아등바등하는 것은 언제나 나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이야기 끝에 배 씨는 고개를 떨궜다. "해고를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측이 계속 밀어붙이면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창원공장이 군산공장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2014년 물량 감소로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밝힌 뒤 2015년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에 이어 정규직 노동자 해고, 공장 폐쇄 절차를 밟은 바 있다.

하지만 배 씨로서는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규직 노동조합에서도 함께 우리와 싸워주길 부탁한다."

숱한 불법파견 판결과 함께 지난해 고용을 위해 정부 지원금 8100억 원을 받고는 고용유지는커녕 구조조정을 하는 한국지엠 사측에 대해서도 말했다. "법으로 판결을 하면 버티고, 파업을 하면 해고를 하는 게 한국지엠이다. 우리 노동자에게는 힘이 없다. 우리를 위해 정치권이 나서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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