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 사회적 경제·주민자치 통합, 사람 중심 네트워크 구축
충남 당진시 당진2동 - 주민총회 준비과정 '활동 핵심'

서울 사람들이 '마을'이라고 하고, 심지어 '마을공동체'라고 하는 게 저는 낯설었습니다. 반 농촌인 창원시 동읍에 사는 저에게도 생소한 마을이 그들에겐 과연 어떤 개념일까 궁금했습니다. 궁금증을 안고 서울 서대문구청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 도착한 것은 지난 10월 2일 오후 1시였습니다. 내년 1월에 중간지원조직인 '공익활동지원센터'를 여는 경남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찾았습니다. 구청 행정과 구민들을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인 이곳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될 아카데미 준비로 직원들이 부산했습니다. 서울시내 25개 구청별 중간지원 작업이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곳은 통합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 지난달 2일 서울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서 만난 강선규(왼쪽) 센터장과 김재희 구청 마을공동체지원팀장. /이일균 기자
▲ 지난달 2일 서울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서 만난 강선규(왼쪽) 센터장과 김재희 구청 마을공동체지원팀장. /이일균 기자

◇서울사람들이 말하는 마을이 뭐지? = 강선규 마을자치센터장에게 궁금한 것부터 물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마을'이라는 게 어떤 개념이죠?" "서울 같은 대도시에는 마을이란 단위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마을공동체 이론에 설명이 있다. 공간성, 상호작용, 공동의 성과 같은 것들이 필수 요소다. 더 쉽게는 '저녁 시간에 아무 치장 없이 슬리퍼 끌고 나갈 수 있는 범위' 정도로 묘사된다. 동네슈퍼에 들어갔는데 아무런 교감 없이 그냥 나온다면 해당되지 않는다." "실제 범위로는 동보다는 작고, 인구도 1만 명 이하로 본다."

"'주민자치'의 기본단위인 읍면동 단위와는 다른가요?" "마을공동체가 지향하는 범위나 내용은 그보다 더 작고 세밀하다. 구체적 주권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뭔가를 바꿀 수 있는 단위를 말한다."

서대문구 안에는 14개 행정동에 31만여 명이 삽니다. 마을은 그렇다 치고, 마을공동체 실험이 과연 가능할까요? 강 센터장이 답했습니다. "가장 작은 단위에서 사람중심의 사업을 하자는 게 마을공동체 아니냐. 사람중심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거기엔 서울과 시골에, 도시와 농촌에 차이가 없다."

김재희 서대문구청 마을공동체지원팀장이 덧붙였습니다. "사회적 문제, 가치와 나의 고민, 문제가 통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접점을 찾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이 내년 1월에 도단위 중간지원조직인 '공익활동지원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서울에는 광역단위와 함께 이곳처럼 각 구청별로 지원조직이 있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요? "각 분야 사업과 네트워크에서 중심 역할을 한다. 주민들과 현장접점 역할을 한다. 주민자치사업단도 여기에 있다. 각 동에 지원반을 파견하는데, 동에서는 행정민원팀, 주민복지팀, 마을복지팀과 연결된다."

강 센터장은 서대문구, 도봉구, 성북구 외에는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지원사업이 분리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걸 통합시킨 게 이곳의 강점이라는데, 왜 그럴까요? "주민들 편의와 정서상 그게 맞다. 행정에서는 이것저것 나누고 따로 하지만 주민들은 그걸 모르고 불편해한다. 결국 모든 사업은 마을단위로 집약된다. 특히 마을하고 자치는 자연스럽게 붙는다."

그렇게 진행되는 구체적 사업을 예로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작년부터 마을공동체·사회적 경제 통합 아카데미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공간과 리더'라는 이름으로, 올해는 '지역더하기'를 하고 있다. 주민총회는 마을별 요구를 총화하는 실질적인 내용으로 진행된다."

서대문구청이 지향하는 사회혁신 사업은 특징이 뭘까요? 김재희 팀장이 설명했습니다. "민관협치를 넘어서는 민간영역의 확대를 지향한다. 과감하게. (문석진)구청장님의 의지가 강하다. 사회혁신이라는 용어보다는 협치라는 말을 많이 쓴다. 아울러 분권과 협치라는 말도 많이 쓴다."

▲ 지난달 3일 충남 당진시 당진2동 주민자치위 김기철(오른쪽) 위원장과 손은영 사무국장이 '블랙제로스쿨존' 작업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 지난달 3일 충남 당진시 당진2동 주민자치위 김기철(오른쪽) 위원장과 손은영 사무국장이 '블랙제로스쿨존' 작업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진짜 마을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을은? = 그러면 서울이 아닌 지역 읍면동에 사는 분들은 마을과 마을공동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다음날인 3일 서해대교를 건너 충남 당진시의 당진2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취재했습니다.

2개 읍, 9개 면, 3개 동에 올해 5월 기준으로 16만7000여 명이 사는 도농복합 도시입니다. 농업과 2~3차 산업 종사자 비중이 반반인 당진2동 주민자치위 김기철 위원장의 마을 이야기가 독특했습니다. 오히려 '마을자치론'에 가까웠습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전국 대부분 마을마다 자치를 하고 있다. 마을마다 개발위원회가 다 있다. 위원회마다 돈 갖고 있다. 기금, 찬조금, 특히 경로당에 돈 많다. 게다가 사람 있지, 자치를 하는 거다." "지금 이·통장 주민이 뽑고 개발위원장도 주민이 뽑는다. 마을마다 개발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바꾸면 된다. 자치가 뭔가. 주민 있고, 범위가 있고, 의사결정기구가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 자치는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말투도, 논리도 시원시원했습니다. 마을공동체에 어색해하고, 마을자치 실현을 의심하던 저는 무안해졌습니다. 그가 말하는 '당진형 주민자치위' 활동을 좀 더 들었습니다.

당진형 주민자치위의 요체는 주민총회 준비과정입니다. 우선 '마을계획 동아리'가 주민자치위마다 있습니다. 주민총회에 앞서 이들이 주민자치위 각 분과와 함께 현장조사 등 1~3회 회의를 합니다. 예비 주민총회를 하는 것도 독특합니다. 그런 이후에 본 주민총회를 거쳐 마을발전사업을 확정합니다. 당진시는 이렇게 확정된 사업에 읍면동별로 연간 2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급하고, 위원 1인당 회의비 5만 원을 지급합니다.

이어지는 김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시에서 지원하는 2000만 원 쓰려고 동아리 만들고 주민총회하고 그러냐, 그게 2000만 원보다 더 들겠다'라고 따지는 주민도 있다. 그건 주민자치를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게 해서 주민이 시민이 되는 거다."

주민자치위원회 앞에 '당진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를 알겠더군요. 당진2동의 주민자치위는 위원 30명 중 40~50대가 18명으로 젊은 편입니다. 주민총회 역시 만15세 이상 주민 중 1.3% 정족수로 젊습니다. "활동하는 게 재미있다"는 말을 반복하는 김기철 위원장에게 "뭐가 재미있는지" 물었습니다.

"정년퇴직 후 3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데, 요즘 농사를 지으면서 3가지 단어를 실감한다. 가꿈, 관심, 기다림. 그렇게 수확을 하면 정말 즐겁다. 주민자치도 그렇다. 사업이야 도나 시가 할 수도 있고, 동에서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마을에서, 주민자치위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고 추진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 내가 직접 하는 거다. 농사짓는 것처럼 그게 즐거운 거다."

손은영 사무국장도 똑같이 "재미있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기획부터 실천까지 그 과정을 꾸미는 것도 재미있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일은 못해도 그게 재미있다." 그의 직업은 '놀이교육' 강사입니다. 직업대로 그는 주민자치위 활동에 놀이를 접목시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잘 놀고 친해져야 사람이 모인다. 그게 주민자치. 올해 당진시 주민자치위 워크숍을 할 건데, 저는 노는 걸 책임질 거다."

두 분에게 사업현장을 소개해달라고 했습니다. 주민자치센터 인근 '블랙제로스쿨존'으로 데리고 가더군요. 학교주변 정화사업인데, 본래 어둡고 칙칙했던 곳에 벽화를 그리고 조명도 달아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는 밤 8~9시에 주민들을 밖으로 끌어내서 주민체조를 했습니다. 이게 인기가 좋아서 10월 중순부터 주민자치센터에서 합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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