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무대 데뷔 쓰라린 성적표 홈서 쏟은 전력 후반기 과부하
통합리그 관심 높아지겠지만 예산, 팀 운영 등 넘을 산 많아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실업축구연맹은 내년부터 내셔널리그(N리그)와 K3리그를 통합하기로 했다. 2019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가 진행중이지만 도내 창원시청과 김해시청, 내셔널리그 2팀은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기에 시즌이 종료됐다. 이제 내년 새로 시작되는 K3리그 준비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다. 여기에 진주시가 내년 K3리그 참가를 목표로 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3개 팀 관계자를 만나 내년 대응을 어떻게 하는지 들어본다.

▲ 최경돈 창원시청 감독은 도내에서 학원축구 지도자로 26년을 보낸 잔뼈 굵은 인물이다. 올해 창원시청 사령탑으로 혹독한 시즌을 치른 그는
▲ 최경돈 창원시청 감독은 도내에서 학원축구 지도자로 26년을 보낸 잔뼈 굵은 인물이다. 올해 창원시청 사령탑으로 혹독한 시즌을 치른 그는 "지는 게 일상이 되다보니 인생하고 똑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정성인 기자

지난 1월 창원시청 지휘봉을 잡은 최경돈(54) 감독은 성인 무대에는 데뷔 시즌이었다. 진주 봉래초를 시작으로 진주중-진주고-경상대-삼익악기(실업축구)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이후 지도자로 토월중-상남초-창원기공에서 26년을 보냈으니 학원 축구에는 나름 노하우가 있었다. 하지만 성인 무대 데뷔 시즌은 참혹했다.

올 시즌 28라운드까지 치른 결과 5승 8무 15패로 승점 23에 그쳤고, 순위는 8개 팀 중 8위. 2승 10무 16패였던 지난해보다는 좋은 성적이지만 순위는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혹독한 데뷔 시즌을 마친 최 감독을 만나 지난 시즌을 돌아보고 내년 준비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데뷔 시즌 소감은?

"시즌 끝나고나니 녹초가 되더라. 축구는 활동량이 많아야 하는데 선수 뽑은 것부터가 미비했다. 28라운드까지 리그전 벌이면서 상대팀도 분명히 체력에 문제가 있는데도 우리가 먼저 무너지니 속수무책이었다. 경기장에 투입할 선수로 15~16명을 예상하고 선수단을 꾸렸는데 시즌 초반부터 시즌아웃 부상이 닥치면서 로테이션에 문제가 생겼다. 지는 게 일상이 되다시피 하다보니 인생하고 똑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주변 사람들은 변함없는데 나부터가 면목도 없고 위축되면서 그들과 멀어지기도 했다. 1년을 힘들게 보냈고 주위 사람들도 힘들게 했다. 좋은 선수 꾸려 성적이 나야 관계도 원만해질 것 같다."

-학원축구와 성인축구 차이점은?

"학원 축구는 주말리그가 있지만, 장기레이스 리그전보다는 단일 대회에 집중하다보니 매 경기 승패보다는 대회 성적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성인 축구는 18개월 장기레이스인데, 매 경기 승패가 매우 중요했다. 주말 경기에서 워낙 많이 지다 보니 돌아오는 월요일이 정말 힘들었다. 결과를 비롯해 원인과 대책을 구단주에게 매주 보고해야 했는데, 지는 게 일상이다 보니 매주 돌아오는 월요일이 없었으면 했다. 고교 팀은 미완성의 팀이다. 실수가 되풀이되기도 하지만 이를 바로잡아갈 기회가 있는데, 내셔널리그는 완성된 선수로 한다는 점에서 선수 한 명 한 명의 실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부상 이탈은 팀 전력에 치명적이었다."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원인은?

"내 실수가 컸다. 리그는 홈과 어웨이로 치러지는데 시즌 시작하면서 어웨이는 좀 느슨하게 하더라도 홈에서는 열정과 투지로 관중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데, 대진표가 완성되고보니 시즌 초반 홈 경기가 좀 몰렸다. 더구나 5월 도민체전을 전후해 나도 그렇고 선수단도 그렇고 '멘붕 아닌 멘붕'이 왔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선수층은 엷은데 감독으로서 압박감이 무리가 된 것 같다."

-내년 구상은?

"올 시즌 우리 팀 가장 큰 단점이 활동량이 부족했고, 공격 포지션에서의 빠른 움직임이나 미드필더·수비진에서의 간결한 공처리가 잘 안됐다는 것이다. 11월 20~23일과 12월 중순 등 2차례에 걸쳐 공개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윙은 스피드 위주로 뽑을 생각이고, 가능하다면 외국인 선수도 써보고 싶다."

-내년부터 내셔널리그가 없어지고 K3리그로 통합되는데.

"아무래도 내셔널리그보다는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K3리그 팀 중 예산이나 팀 운영이나 내셔널리그와 견줄 만큼 따라올 팀이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또한 지금은 K리그1·2 선수 중 상무에 가지 못하면 공익요원 판정을 받아 K3리그에서 선수로 뛰었는데 내년부터는 그게 불가능해 당분간 어려움을 겪는 구단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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