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우파 득세·재벌 매체 독점
2015년 잇단 테러로 더 가속화
진보 담론·의제 설정 점점 외면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오정훈)이 꾸린 국외현장조사사업단에 참여했습니다.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프랑스-독일-영국-벨기에를 거치는 일정이었습니다. 각 나라 노동조합과 정부 기관 등을 방문해 △제작환경 △고용구조 △미디어 정책 현황 등을 확인했습니다. 앞선 체계를 학습하면서 체감하는 기회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신문 시장 사정이 낫다는 유럽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저는 지역신문 지분으로 참여한 만큼 이 보고서를 지역신문 시선으로 서사하겠습니다. 성과를 따진다면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짧은 기간 빠듯한 일정에서 살뜰하게 소득을 뽑아내기에는 소양과 역량이 부족한 탓입니다. 그저 편견 없이 주섬주섬 모은 조각 하나가 어떤 그림을 완성하는 데 보탬이 되는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 조사단과 인터뷰하는 도미니크(가운데) SNJ 대외협력담당 부위원장.  /이승환 기자
▲ 조사단과 인터뷰하는 도미니크(가운데) SNJ 대외협력담당 부위원장. /이승환 기자

9월 29일 오후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방탄복과 소총으로 중무장한 건장한 경찰이 2인 1조로 순찰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파리 공항 경비는 유럽 다른 나라보다 느슨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던 몇 차례 테러가 부른 긴장입니다.

프랑스는 시라크(Jacques Rene Chirac) 전 대통령과 이별 준비에 분주했습니다. 시라크 대통령은 조사단이 파리에 도착하기 직전인 9월 26일 사망했습니다. 30일 시라크 대통령 장례식이 파리 생 쉴피스 성당에서 국장으로 진행됐습니다. 우리는 장례식 시작 전에 프랑스 문화부 미디어문화사업 정책총국에 도착했습니다. 면담 시작에 앞서 정부 관계자 제안을 받아들여 장례식이 시작하는 오후 3시부터 1분 동안 묵념하며 시라크 대통령을 추모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확인한 프랑스 미디어 정책은 나중에 정리하겠습니다. 이 면담은 두 번째 공식 일정입니다.

◇세 가지 색 천조각? = 조사단 첫 공식 일정은 프랑스 기자 노조(SNJ·Syndicat National des Journalistes) 방문이었습니다. 도미니크(Dominique Pradalie) 대외협력담당 부위원장이 우리를 맞았습니다. 그는 두 시간 남짓 진행된 면담 내내 활기 넘치는 태도로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에게 재밌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프랑스 공영 라디오 기자가 시라크 장례식 준비 관련 보도에서 관을 덮은 국기를 세 가지 색 천으로 설명했다."

우리로 치면 태극기를 '태극 무늬가 박힌 하얀 천'이라고 표현한 셈입니다. 도미니크 씨는 공영방송 기자 자질을 드러내는 나쁜 예로 프랑스 저널리즘이 겪는 위기를 전하려 했습니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사례일 뿐입니다. 근본적인 문제 인식은 면담 전반에 걸쳐 나옵니다.

밖을 내다보는 기회는 안을 돌아보는 계기도 됩니다. 최근 5~10년만 놓고 보면 한국 사회는 아주 독특하고 역동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취에 대한 평가는 다르겠지만 사회적 요구 기준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번 현장 조사에서 나온 질문도 우리 성취를 깔고 더 앞서 나간 답을 확인하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유럽이지 않습니까? 뜻밖에도 그들이 내놓은 답은 우리 인식 수준과 그렇게 멀지 않았습니다. 어떤 부분은 지금 우리 사정이 나은 듯해 술렁이는 일도 잦았습니다. 물론 오렌지 주스와 오렌지 맛 주스는 다릅니다. 입체적인 해석 없이 몇 마디 대화로 한 사회가 지닌 역량을 퉁칠 수는 없겠습니다.

▲ 프랑스기자노조(SNJ) 사무실로 가는 국외현장조사사업단.   /이승환 기자
▲ 프랑스기자노조(SNJ) 사무실로 가는 국외현장조사사업단. /이승환 기자

◇보수화하는 프랑스 사회 = 도미니크 씨는 프랑스 저널리즘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중도우파 정권 득세와 재벌이 진행하는 매체 독점입니다. 최근 프랑스 우파 정권은 시라크에서 사르코지(Nicolas Sarkozy)로 이어지는 17년(1995~2012년)입니다. 하지만 뚜렷한 치적을 내세우지 못하는 올랑드(Francois Hollande) 5년이 2017년 마크롱(Emmanuel Macron)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서술을 따른다면 정치·사회적 우경화는 진행형입니다. 특히 2015년 1월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 총격 테러와 그해 11월 파리 테러는 중도우파 영향력을 더욱 부추기게 됩니다. 진보 담론과 의제 설정은 점점 외면받는 흐름입니다.

도미니크 씨가 풀어놓은 문제의식을 언급하기에 앞서 하나 묻겠습니다. 현재 프랑스 노동자 노동조합 가입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참고로 대한민국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더해 10% 정도로 어림잡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