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주변에 SSM 들어서자
상품 70% 농축산물 채워 경쟁
결국 SSM 2년 만에 영업 종료

동네 슈퍼는 사라질까? 아니다. '변화'하면 사라지지 않는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지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벌어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다. 다윗은 동네 슈퍼 '싱싱한 나라'를 운영하는 유수열(57) 대표, 골리앗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직영하는 이마트다. 2017년 들어선 이마트 에브리데이 창원감계점이 지난달 31일부로 영업 종료했다.

신도시 조성 후 '유통 전쟁'이 벌어진 북면. 감계힐스테이트4차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싸움은 2016년에 있었다. 그해 4월 유 대표는 이 아파트 상가를 분양받았는데, 슈퍼를 개점하는 과정에서 GS수퍼마켓이 같은 곳에 입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감계지구 중심 상가에서 영업하는데 또다시 500m가 채 안 되는 곳에 입점 계획을 밝힌 것이다.

GS수퍼마켓은 유 대표에게 사람을 보내 포기하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유 대표는 매장을 확장하겠다고 선포했다. 골리앗은 계산기를 두드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점하지 않겠다며 물러섰다.

두 번째 싸움은 이듬해 시작됐다. 감계힐스테이트4차아파트와 맞닿은 곳에 창원감계푸르지오아파트가 있는데, 이곳 상가에서 이마트 에브리데이 직영점이 문을 열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선다는 소문은 있었으나 가맹점 형태라고 해 지켜봤던 유 대표는 개점 후 직영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매장 개점을 앞둔 그는 상인들과 힘을 합쳐 규탄하기도 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골리앗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링에 올랐는데 승부를 봐야 할 거 아닙니까. 내 전투력은 이런 걸로 할게, 너희는 그걸로 해라. 각자의 전투력으로 붙은 거죠."

▲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지구에 위치한 슈퍼마켓 '싱싱한 나라' 유수열 대표가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류민기 기자
▲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지구에 위치한 슈퍼마켓 '싱싱한 나라' 유수열 대표가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류민기 기자

유 대표의 설명이 계속됐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보다 목이 더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목이 좋다고만 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 집을 이용하게끔 무엇인가가 있었기에 손님이 다른 곳으로 안 간 거거든요."

타깃을 '주부'에 둔 유 대표는 '지역 밀착형 주부님의 신선 냉장고 마트!'를 핵심 콘셉트로 잡았다. 상호를 '싱싱한 나라'로 정해 가정 식탁에 오를 식재료를 책임지겠다고 천명한 후 지역 시장에서 들여온 신선식품, 지역 축산업체에서 생산한 고기, 지역에서 생산한 달걀 등을 채워 넣었다.

대부분 동네 슈퍼가 공산품 위주로 상품을 들인 것과 달리 70%가량을 농축수산물로 채웠다. 입구 오른편에 채소·과일 코너를 둔 것을 시작으로 벽면을 따라 우유·유제품→햄·어묵, 건어물, 계란→두부·콩나물→음료·주류→냉동식품→정육·수산→계산대로 이어지도록 짜놓았다.

"주부는 반경 300m까지 걸어서 장을 봅니다. 공산품은 500m 떨어진 기업형 슈퍼마켓, 2㎞ 떨어진 대형마트에서 구매하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현실에서 신선식품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본 거죠."

그는 온라인 마켓은 배송시스템 문제로 신선식품 취급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기업형 슈퍼마켓도 신선도가 하루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정에서 300m 이내에 위치한 슈퍼, 걸어서 드나드는 동네 슈퍼는 신선식품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유 대표 지론이다.

"동네 슈퍼가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합니다. 비식품이 70%, 식품이 30%인 비율로는 대기업과 온라인 마켓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요."

결국, 감계힐스테이트4차아파트·창원감계푸르지오아파트 고객들은 다윗의 손을 잡았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창원감계점은 지난달 31일부로 영업을 종료했다. 수익이 나지 않아서 물러났다는 게 유 대표 설명이다.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매장을 찾을 수 있게끔 상품을 갖다놓아야 합니다. 동네 슈퍼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변해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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