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퇴임 후 귀환" 선거 때 공언
경호 어려움 탓 확정 안 됐지만
주변에 카페·음식점 등 늘어나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시 매곡동 매곡마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경호 등에 쓸 예산 22억 1700만 원을 내년 예산에 편성했다고 밝혔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2017년 4월 창원 성산구 유세에서 "제 인생이 여기 경남에 있다. 거제에서 태어나 자랐고, 창원과 거제의 노동자들이 저를 노동·인권 변호사로 키워줬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기 계시고, 저도 대통령을 마치면 양산 집으로 돌아와 여생을 마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정숙 여사 역시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매곡마을을 찾아 "5년 뒤 청와대 생활이 지나면 남편이 다시 내려와서 살겠다고 한다"며 "그때까지 지금 모습 변치 말고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2009년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구입한 사저는 매곡마을과 1.5㎞가량 떨어진 사창골이라는 계곡 인근이다. 저서 <운명>에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와 한 달 반가량 시골집을 고쳐 살면서 텃밭을 가꾸고 가축을 키우며 전업농을 꿈꾸기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외부와 고립된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일부 언론과 SNS 등에서 '호화별장'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당선 후 김해 봉하마을을 떠올리며 지역에서도 대통령 사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 문재인 대통령 사저로 이어지는 양산시 매곡마을 입구 전경.  /이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사저로 이어지는 양산시 매곡마을 입구 전경. /이현희 기자

매곡마을은 2개 골프장에 에워싸여 있고, 마을 입구 앞은 공단이 들어서면서 양산에서도 가장 낙후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마을에서 사저를 잇는 계곡길은 차량 교행이 어려울 정도다. 이에 따라 양산시는 마을 입구에서 사저로부터 400m가량 떨어진 곳까지 길이 800m 왕복 2차로 도로와 100여 대 규모 주차장을 오는 2021년 말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또한, 국도 7호선과 마을을 연결하는 구간을 왕복 4차로로 확장하고, 지난해에는 마을 안 도시계획도로도 넓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이곳에 정착할지는 여전히 확실치 않다. 청와대 역시 경호 예산을 양산에 온다는 전제로 마련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통령 취임 후 경호처와 경찰은 계곡에 둘러싸인 사저가 경호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집중호우 때 계곡이 범람하기 쉬운 데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처음 양산시가 사저를 잇는 도로를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이를 청와대에서 만류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문 대통령은 노후를 조용하게 보내고자 외딴곳에 사저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통령 사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사안인 데다 올해 초부터 경호시설 건립을 위해 해당 지주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달 29일 별세한 고 강한옥 여사를 부친이 있는 양산 천주교공원묘역에 모신 것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매곡동 일대에 전원주택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이색카페와 음식점 등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기대 심리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가 경호 예산을 편성하자 임기 중반을 넘긴 문 대통령 거취가 다시 지역사회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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