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생들 부정적 반응 "학종에 수능까지 부담 커"
정시 늘면 지역학생 불리 "학종 개선 방향으로 가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관련 의혹이 낳은 후폭풍이 거세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인턴 경력 논란 등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대입제도 개편을 구체화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시 비중 상향을 언급했고, 이어 지난 25일에는 정부가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 대학입시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학생부종합전형을 개선하고, 서울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 전형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한 '대입 정시 확대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63.3%가 수능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 확대에 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정시 전형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직접 만난 경남 지역 고등학교 교사, 학생들은 정시 비중 확대로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서울 지역 일부 대학 실태조사를 토대로 11월 셋째 주 대입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한다고 밝힌 상태다.

▲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일선 학교는 정부의 서울지역 일부 대학 정시 비중 확대 발표 이후 11월 교육부의 후속 대책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 /우귀화 기자
▲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일선 학교는 정부의 서울지역 일부 대학 정시 비중 확대 발표 이후 11월 교육부의 후속 대책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 /우귀화 기자

◇"대부분 수시 준비했는데…" = 지난 29일 일반고에서 만난 진학 교사들과 학생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2022년부터 정시 비중이 커진다는 발표가 나오자, 1학년 학생은 지금까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수시를 준비했는데 여기에 수능 공부까지 더해져 부담스럽다고 했다.

마산고 1학년 이모 학생은 "여태까지 학종 준비를 해왔다. 서울 지역 공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소프트웨어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다.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준비도 했다. 그런데 정시 확대로 1년간 꾸준히 해 온 노력이 쓸모없어질 것 같아 두렵다. 학종 준비를 하면서 수능 정시 준비도 더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1학년 윤예준 학생도 "저도 수시를 노리고 열심히 준비했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정시 확대 발표를 듣고 수능 문제집을 더 사기도 했다"며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 지난 25일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일선 학교는 정부의 서울지역 일부 대학 정시 비중 확대 발표 이후 11월 교육부의 후속 대책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5일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일선 학교는 정부의 서울지역 일부 대학 정시 비중 확대 발표 이후 11월 교육부의 후속 대책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양한 활동 위축 우려 = 교사, 학생 모두 기존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철만 마산고 교사는 "사실 학종이 도입되면서 발표, 토론 수업 등이 늘어나, 잠자는 학생이 줄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그런데, 앞으로 정시가 확대돼 모든 학생들이 EBS 문제집을 푸는 것은 문제이지 않겠나"라며 "어떤 전형이라도 100% 만족하지 못한다. 정시로 방향을 틀어서 한 곳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우선 11월 교육부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권순관 창원중앙고 교사도 "지금 학교에서 수시로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이 80∼90%다. 1학년 때 진로를 탐색하고, 2학년 때 이를 구체화한다. 3학년 때는 수능 대비도 함께한다. 그런데 이제 정시 비중이 확대되면 1학년 때부터 문제 풀이를 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연호 창원중앙고 3학년 학생은 "1, 2학년 수업 시간에 모둠 활동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제 수능 확대 적용을 받게 되는 학생들은 강의식 수업을 많이 듣지 않겠나. 1, 2학년 때 직업 탐색 기회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그런 부분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사교육 확대 우려 =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던 학종에 대해서도 일부 개선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정시 확대로 사교육 확대 우려도 제기됐다.

윤예준 학생은 "오히려 수시 학생부 위주 전형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수시는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이다. 정시는 단 한 번 시험이어서 부담이 크다"고 했다.

김철만 교사도 "학종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없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돼서 외부활동을 기재하지 못하고, 수상도 2022학년도부터 학기당 1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철민 창원중앙고 1학년 학생도 "정시가 늘면, 수시 전형에 있는 지역인재 전형 등이 줄어들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수능 최저 등급에 맞추는 것으로 준비를 했는데, 진짜 수능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 걱정하고 있다. 정시로 가면, 재수생과 경쟁도 더 치열할 것이다. 지역에서는 학종이 외부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학생의 학교생활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수 창원경일고 교사는 "예를 들어 경남에서 한 해 서울대에 100여 명이 진학했다면, 앞으로 정시로 바뀌면 절반 이하로 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정시는 기본적으로 재수생, 부모 경제력 혜택으로 고액 과외 하는 학생 등 어릴 때부터 훈련받은 학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사는 "과거에는 공부를 배우는 곳이 학교뿐이었지만, 이제 그 범위가 넓다. 정시로 바뀌면, 학원, 인터넷강의 등 사교육이 더 큰 자리를 잡을 것이다. 학교 수업 시간에 자고, 학원 가서 수업 듣는 학생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덕 성지여고 교사도 "학생들 80∼90%가 수시로 대학에 진학한다. 특히 서울 지역 주요 대학은 거의 100%가 그렇다. 학종은 학교생활을 토대로 준비하는 게 많았다. 정시 위주로 되면 사교육 영향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학생들이 점수를 잘 받는 과목 위주로 수업을 듣지 않겠나"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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