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희망제작소 2006년 창립
지자체 함께 '작은 개혁'실천
"지역·일상 문제 해결책 모색 관행 벗고 새로운 접근 필요"

김경수 경남지사는 9월 27일 경남혁신포럼에서 "경남도가 경제혁신, 도정혁신, 사회혁신의 3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혁신이 무엇이며, 특히 사회혁신은 무엇일까'라고 궁금히 여기는 분들이 있으실 거다. 발상을 전환하여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 자체가 사회혁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지사가 말한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이라는 게 과연 뭘까요?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희망제작소 입구.  /이일균 기자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희망제작소 입구. /이일균 기자

◇사회혁신 실험의 시작

한국에서 '사회혁신'을 처음으로 자치단체와 함께 실험한 곳이 서울의 '희망제작소'입니다. 윤석인 이사는 2006년 창립 당시부터 이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그를 지난 3일 성남시청 시민옴부즈만실에서 만났습니다.

"희망제작소가 2006년 3월 창립됐다. 당시에는 진보, 민주진영의 정책대안 능력이 모자라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때 희망제작소가 뭘 할까 고민하다가 거대담론보다는 일상생활에 직결되는 작은 개혁, 로컬어젠다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게 시작된 게 '사회창안' 사업이다. 지하철 손잡이 모양을 편리하게 조금씩 바꾸는 식이다. 법을 바꾸지 않아도 조례나 부령을 바꿔서 가능한 사업들을 많이 추진했다. 사회창안2.0 개념으로 유럽에서 '사회혁신'을 도입했다. 유럽 쪽은 사회혁신 이론과 전문가가 많았다."

"2006년 6월 지방선거 당선자를 대상으로 희망제작소가 '시장학교'를 열었다. 그렇게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초기 로컬어젠다 사업을 했는데, 시군 행정에 사회혁신 실험을 시작했다. 전북 완주군이나 전남 순천시 사례는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그 뒤에 박원순 시장이 2011년 10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사회혁신기획단'을 설치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사회혁신기획관에서 벤치마킹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 비서실에 사회혁신수석을 처음 두었다.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시민사회수석을 되살린 셈인데, 정부 모든 부처에서 혁신을 이끌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시 하승창 수석은 모든 부처를 상대하지 않고, 행안부만 상대를 했다. 일종의 로컬어젠다 측면으로만 접근했다. 아쉬운 부분이었다. 혁신은 특정 부분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전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결국 그 뒤 1년 만에 시민사회수석으로 바뀌었다. 사회혁신은 행정관 1명이 하는 일로 줄었다."

▲ 희망제작소 윤석인 이사. /이일균 기자
▲ 희망제작소 윤석인 이사. /이일균 기자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이라는 게 뭔가?

윤석인 이사 역시 김경수 지사처럼 "사람 사는 세상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일반적 관행에 따른 해법보다는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혁신"이라고 했습니다. "혁신은 본래 기술혁신에서 유래했다. 경제학자 슘페터가 'innovation'이란 말을 처음 썼다. 사회혁신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를 접목한 개념이다. 우리는 지방자치단체마다 공장 많이 유치하고 외국 투자 많이 받는 것이 일반적인 발전정책이었다. 이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지역혁신이다."

'전혀 다른 해결방법'이라는 게 뭘까요? 김 지사는 이를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먼저 윤석인 이사의 설명.

"충북 영동군 사례가 있다. 전통적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지역경제 어려움을 극복했다. 영동군은 전국에서 포도 생산량이 가장 많다. 민선 4~5기 당시 FTA 체결로 칠레에서 엄청난 양의 포도가 수입됐다. 당시 정부가 국내 포도농업을 축소하려 했다. 생산량을 의도적으로 줄였다. 당시 영동군은 수출에서 답을 찾았다. 당도를 높이고, 포장방법을 바꿨다. 포도는 유통 과정에서 이리저리 부딪혀 내부에서 터지거나 짓무르기 쉽다. 영동군은 상자 내부에서 부딪히지 않게 공중부양 포장법을 썼다. 결국 연간 100t 이상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과정을 민관협력 형태의 '와인코리아'에서 총괄했다. 농민들이 운영하는 101개의 '와이너리'도 만들었다. 진정한 6차산업을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도 설명했습니다.

"김해에서 영세사업장 작업복 세탁공장을 전국에서 처음 만들었다. 원래 이건 광주시장의 공약이었다. 그런데 용역비 확보하러 의회에 갖다가 1년 이상 논란이 됐다. 그런데 이건 용역할 일도, 기안할 일도 아니다. 그래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상의, 경총 같은 단체를 먼저 모았다. 창원 김해 양산 등에서 모셔서 TF회의를 했다. 대기업은 작업복 빨아주지만 영세사업장은 개인적으로 빨고 2차 오염원이 되지 않나. 이 정도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서 하자. 어디든지 시범사업 희망해달라. 시설비 도가 대겠다. 이렇게 해서 김해에서 열었다. 용역하지 않아 시간이 단축됐고, 민주노총은 수거차량비 3000만 원을 냈다. 상의는 회원들 설득 역할을 했다. 그래서 전국 1호가 만들어졌다."

▲ 희망제작소 김제선 소장. /이일균 기자
▲ 희망제작소 김제선 소장. /이일균 기자

◇도지사가 바뀌어도 계속될까?

경남에서 지사가 바뀌어도 사회혁신 사업이 계속될지 궁금했습니다. 이는 경상남도주민자치회의 불만과 통합니다. "어렵게 뿌리를 내린 주민자치를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왜 새로운 주체로 새로운 사업을 하나?"

윤 단장은 단호했습니다. "혁신은 김 지사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 사회에 이제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존재하는 한 그럴 것이다." 그게 어떤 문제일까요? 윤석인 희망제작소 이사의 설명입니다. "지금 지구는 가장 크게 기후변화와 전반적 양극화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일자리문제는 더해질 수밖에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이 전 지구사회 문제가 됐다. 사회와 환경, 경제를 세 축으로 하는 지속가능발전 개념이 영속하듯 사회혁신도 계속 갈 것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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