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팀 녹차 활용해 경쟁
맛·향 돋우는 활용성 덕
동서양 음식 모두 어울려

지난 2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만날공원에서 ㈔한국차문화연합회가 주최한 제20회 대한민국다향축전이 열렸다. 이 행사는 전통차 문화 계승 확산과 차문화콘텐츠 개발을 목적으로 해마다 열린다. 여러 행사 중 전국차음식요리경연대회가 열리는 곳을 방문해보았다.

흔히 차(茶) 하면 전통적으로 따뜻한 물에 우려 마시는 모습을 떠올린다. 요즘에는 카페에서도 쉽게 녹차 관련 음료를 마시거나 편의점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어 좀 더 '차'에 대해 친숙한 느낌이 든다. 전국차음식요리경연대회는 마시는 차를 넘어, 차로 만든 음식 개발로 대중에게 한 걸음 다가가고자 지난 2007년 첫발을 내디뎠다. 취재 전 차 관련 요리는 무엇이 있을까 떠올려보았다. 음… 녹차를 우려내 지은 밥? 녹차 아이스크림? 쉽사리 생각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어떤 요리를 내놓을지 기대가 되었다.

▲ 녹차크러스트를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 /김민지 기자
▲ 녹차크러스트를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 /김민지 기자
▲ 녹차 치자차를 첨가한 반죽을 피로 빚은 꽃망울 만두. /김민지 기자
▲ 녹차 치자차를 첨가한 반죽을 피로 빚은 꽃망울 만두. /김민지 기자

대회 주제는 '녹차'다. 2인 1조로 구성된 참가팀이 녹차를 활용한 음식을 2점 이상 내놓아야 한다. 요리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2시간이다. 심사위원들은 △위생 △조리기술의 전문성 △창의성 △상품성 △작품성·맛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올해는 레시피(조리법)로 1차 관문을 통과한 22개 팀이 이곳에서 경연을 펼쳤다. 흰 모자를 쓰고 요리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긴장한 채 재료를 다듬으면서 요리가 시작됐다.

참가자는 대부분 대학 요리과 학생이었다. 과거에는 고등학생, 일반인 참가자도 조금 있었지만, 올해는 일반인 참여가 적었다. 윤성희 팀은 평소 차를 좋아해 유일하게 일반인으로 참가했다. 이들이 준비한 음식은 아홉 가지 재료로 만든 '구선왕도고 전병'이다. 윤 씨는 "동의보감에 따르면 왕도고 약재에 대해 정신을 기르고 원기를 도우며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밥맛을 좋게 한다"며 "녹차를 넣은 전병에 약재를 넣은 떡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녹차아이스크림을 곁들인 흑임자 무스. /김민지 기자
▲ 녹차아이스크림을 곁들인 흑임자 무스. /김민지 기자
▲ 녹차와 하나가 된 마스카르포네 치즈. /김민지 기자
▲ 녹차와 하나가 된 마스카르포네 치즈. /김민지 기자

기다리는 사람에게 2시간은 길지만 참가자들은 눈 깜짝할 사이였다. 종료시각이 다다르자 심사위원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됩니다"라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심사가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22개 팀을 일일이 돌며 참가자들의 설명을 듣고 시식을 했다.

참가자는 녹차로 고기를 재거나 녹차가루를 이용해 드레싱을 만들었다. 또 바질을 빻아 올리브오일, 치즈, 잣 등과 함께 갈아만든 이탈리아 소스, 페스토에 영감을 받아 바질 대신 녹차를 넣은 녹차페스토를 요리에 활용했다. 녹차 아이스크림, 이탈리아 크림치즈인 마스카르포네와 녹차를 함께 담은 디저트도 있었다.

녹차 외에도 치자차, 복분자차를 사용해 만두피를 빚고 만두소에 찻잎을 넣은 요리도 색달랐다. 녹차 밥으로 만든 볶음밥, 녹차를 활용한 리조토 등도 있었다.

▲ 제20회 대한민국다향축전 전국차음식요리경연대회 참가자들이 녹차를 활용한 음식을 만드는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제20회 대한민국다향축전 전국차음식요리경연대회 참가자들이 녹차를 활용한 음식을 만드는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참가자들은 순위에 상관없이 요리대회를 즐겼다. 참가자 대부분이 학생이라 차를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참가자 김유진·배한주(19) 마산대 식품과학부 호텔조리외식과 학생은 "요리대회동아리 소속으로 1년에 2번씩 요리대회를 나가는데 야외에서 열리는 대회는 처음이라 색달랐다"며 "차(茶)가 주가 되는 요리를 만들어야 해 고민이 많았지만 차를 공부하고 차의 다양성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이삭(29·창원문성대 호텔조리제빵과) 학생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했다. 학과 전공 동아리 '푸드마루' 회장인 한 씨는 "1학년 후배가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참가했다"며 "녹차를 베이스로 한 요리가 많지 않고 한국산 차가 많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며 "또한 차에 대한 상식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봉사자로 대회를 지켜본 변재윤 씨는 "대학에서 요리를 배우는 학생으로 차를 활용한 요리의 다양성에 놀랐다"며 "저도 언젠가 한번 참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