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산청읍 내수리 마당극마을 준공기념식
극단·군·후원회원 합심해 공동 창작·생활시설 마련
기념식 500명 참가 성황 "경남의 자랑이자 큰 기쁨"

지난 25일 오후 산청군 산청읍 내수리 조용하던 마을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풍물패의 길놀이가 펼쳐졌고 파란 천막 아래로 사람들이 몰렸다. 돼지수육 삶는 냄새와 지짐이를 굽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게 했다. 이날은 극단 큰들의 단원(30여 명)과 가족이 모여 사는 마을의 잔칫날, '큰들 산청 마당극마을'의 준공식이 열린 날이다.

▲ 큰들문화예술센터가 산청군 산청읍 내수리 일대에 조성한 마당극마을 전경. /큰들문화예술센터
▲ 큰들문화예술센터가 산청군 산청읍 내수리 일대에 조성한 마당극마을 전경. /큰들문화예술센터

진주, 창원, 순천, 서울 등지 500여 명의 사람이 함께해 큰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극단 큰들(큰들문화예술센터)은 지난 1984년 진주에 둥지를 틀었다. 현재까지 마당극 35편을 발표했고 연간 평균 100회 공연을 한다. 큰들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예술활동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 좀 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예술공동체다.'

국내외 공연과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열심인 그들이 일(?)을 냈다. 단원과 가족들이 거주하는 새 보금자리를 산청에 마련한 것.

▲ 지난 25일 열린 마당극마을 준공기념식에서 극단 큰들이 퍼포먼스 '순풍에 돛달고'를 공연하는 모습. /김민지 기자
▲ 지난 25일 열린 마당극마을 준공기념식에서 극단 큰들이 퍼포먼스 '순풍에 돛달고'를 공연하는 모습. /김민지 기자

혼자 이뤄낸 건 아니었다. 큰들이 지난 2010년 2만 평 부지를 샀고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내수지구 신규마을 조성사업)에 선정된 군이 국비·군비 18억 원을 투입해 지난 2월 대지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 단원이 사비를 털어 마련한 주택 30채와 공동시설(식당 및 카페)이 만들어졌고 내년 공연장과 사무실, 소품실, 의상실 등이 마련된다.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건립 비용은 120여 명이 기부 또는 돈을 빌려줬다.

손님맞이에 여념 없던 단원에게 마당극마을의 장점을 물었다.

▲ 준공기념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큰들문화예술센터
▲ 준공기념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큰들문화예술센터

박춘우(46) 무대감독은 "평소에는 버스 타고 공연 갔다가 다시 각자 짐을 싣고 집에 갔었는데, 그런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생활과 공연, 연습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니 좋다"고 말했다. 또 "점심, 저녁을 단원끼리 돌아가며 직접 요리해서 먹으니 건강도 챙기고 돈도 절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별사업단에서 일하는 박정현(22) 씨는 "도시에 살 때 연습으로 인한 소음 문제, 월세 부담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며 "20대, 특히 예술가는 벌이가 많지 않아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데 안정적인 공간이 생겨 친구들이 부럽다고 말했다"고 했다.

예술인은 큰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서울에서 온 연극인 김세환 씨는 "예술인과 지역의 건강한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예술인이 지역에 머무르며 예술교육과 공연을 하고 지역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활동이 이롭다"며 "또 큰들이 그간 좋은 공연 콘텐츠를 생산했기 때문에 후원회원들이 생겼고 후원을 통해 예술단체가 건강하고 존립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 큰들 산청 마당극마을에 전시된 소품들.<br /><br /> /김민지 기자
▲ 큰들 산청 마당극마을에 전시된 소품들.

/김민지 기자

큰들의 든든한 백인 후원회원도 박수를 보냈다.

진주에서 온 후원회원 이선림(57) 씨는 극단 큰들을 "경남의 자랑이고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진주교육청 청렴한울림 풍물동아리 소속으로 4년 전 큰들에서 풍물을 배웠다. 그는 "전통문화예술을 쉽게 배웠고 그간 배운 실력으로 또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며 큰들 산청 마당극마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식전 공연에 이어 참석자 소개, 조합장 인사말, 축사, 건축관계자 감사패 전달이 있었다. 이어 큰들 퍼포먼스 '순풍에 돛달고'가 펼쳐졌다.

큰들은 마당극마을을 찾은 사람들에게 "순풍에 돛 단 듯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고 사람들의 흥겨운 노래와 춤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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