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영업시간 내 한산한 모습
백화점 "별도 홍보하지 않아"
최근 광고 논란에 불매 재점화

롯데백화점 창원점에 유니클로 매장이 리뉴얼 오픈했다. '위안부 조롱 논란' 광고로 불매운동에 또다시 불이 붙은 가운데 개점 첫날 한산한 모습이었다.

25일 오전 10시 30분께 롯데백화점 창원점 영플라자 3층.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유니클로 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본관에 있던 매장과 지난 5월 영업을 종료한 시티세븐점이 합쳐져 이날 리뉴얼 오픈했는데, 3층 전체를 사용하는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앞서 지난달 5일 이 건물 1층에 일본 패션·생활잡화 브랜드 '무인양품'이 문을 열었다. 한일 무역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등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개점 행사 없이 영업을 했는데, 이날 역시 개점식 없이 영업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유니클로 오픈했습니다." 매장 곳곳에 자리한 직원들은 연신 우렁찬 목소리로 고객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고객 발걸음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중장년층 여성들이 눈에 띄었지만 직원 숫자가 더 많았다.

▲ 25일 롯데백화점 창원점 영플라자 3층에 유니클로 매장이 리뉴얼 오픈한 가운데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류민기 기자
▲ 25일 롯데백화점 창원점 영플라자 3층에 유니클로 매장이 리뉴얼 오픈한 가운데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류민기 기자

롯데백화점 창원점 관계자는 "신규 오픈하게 되면 오픈 기념 세일, 사은행사 등으로 사람이 몰리는데 (유니클로의 경우) 오전이기는 하지만 첫날 치고는 되게 조용한 거 같다"며 "별도로 홍보를 안 했기 때문에 (고객들이) 오시기는 오실 건데 입소문이 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후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후 6시가 넘어 젊은층을 포함한 고객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왔지만 그대로 지나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홍보전단과 물티슈를 받아들고 매장에 잠시 들어섰다가 발길을 돌린 이동훈(40·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씨는 "3층 전체가 유니클로 매장인 것을 보고 나왔다"며 "대체품이 있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도 있어 거부감이 든다"고 밝혔다.

이 씨 이야기대로 유니클로를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다. 최근에는 지난 15일 한국에서 방영된 광고가 기름을 부었다. 앞서 이달 1일 일본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왔었는데, 광고에서 13세 패션 디자이너인 케리스 로저스가 98세 패션 컬렉터인 아이리스 압펠에게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고 묻자 압펠은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할 수 없다"(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고 답한다.

하지만 한국 광고에서는 이 대사가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의역됐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80년 전을 표기한 것인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의도적으로 조롱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유니클로는 "광고는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한 글로벌 시리즈로,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단체와 연관 관계가 없다"며 광고를 내렸지만 과거 일본 잘못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조롱했다는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중기부 국정감사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라며 "검토 결과 사업조정 대상 점포에 해당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유니클로 신규 매장이 들어서는 부산시 동구 범일동 범일교차로 주변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인 시위도 펼쳐지고 있다. 대학생겨레하나, 부산노동자겨레하나 등은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 1주년인 오는 30일까지 1인 시위를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인근에도 상남시장이 있다. 전체 10% 정도가 옷을 파는 가운데 상남시장상인회 관계자는 "개점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남대학생겨레하나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1인 시위를 펼치는데 경남에서도 어떻게 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개점했다는 사실이 입소문 나면 어떻게 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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