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는 시간 개념·관상은 심상·풍수는 땅의 생기
셋 중 하나만 따지면 코끼리 다리 만지기와 같아
목적은 단 하나…절망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것

지난 2016년 한양대학교 한마음국제의료원(창원중앙역세권) 기공식 자리. 명리학자이자 관상·풍수를 연구하는 방산(芳山) 노상진(56) 선생이 이 터에 대해 말했다.

"좌청룡으로 노적봉이 쌍으로 솟아 있고 앞에는 호수가 있어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감아주는 곳입니다. 산·물·바람의 동거가 절묘하니 천하 길지입니다. 하늘의 대문까지 땅으로 비추고 있어 병원 터로는 대명지입니다. 이곳에서 자녀 출산을 하면 아이가 그 정기를 가슴으로 받을 것입니다."

명리학. 사주에 근거하여 사람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 이 명리학에서 국내 대가가 몇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한 인물이 제산 박재현(1935∼2000년) 선생이다. 그는 고 이병철 삼성 회장, 고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 역술 자문을 담당하는 등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과의 일화를 남겼다.

그의 제자가 바로 방산(호) 노상진 선생이다. 방산 선생은 함안 출생으로 스무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35년 넘게 명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2004년부터 한의사를 대상으로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명리학·관상학을 음양으로 같이 보는 원리를 알려주고 있다. 2010년에는 국내외에 이름 알려진 이들의 관상을 풀어 쓴 <돈 많은 얼굴 건강한 얼굴>을 출간했다.

-명리학에 대해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공식적인 담론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은 제도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반면 명리학은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거지요. 명리학은 그 속에서 점복신앙 일종으로 인식되며 평가 절하됐습니다."

-표현이 그렇긴 하지만, 명리학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악용하는 이도 많은 것 같습니다.

"명리학은 혼돈의 시대에 사람들로부터 더 관심을 받습니다. 흔히 '운명을 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주팔자를 보러 온 사람들은 그림자 이상을 요구합니다. 그러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마음을 충족해 주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사주·관상·풍수는 각각의 분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세 가지를 하나에 놓고 연구한다고 들었습니다.

"창밖 너머 산을 한번 보세요.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 것이 다릅니다. 본질은 그대로인데 시간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누구나 평면은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체를 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천·지·인, 즉 하늘·땅·사람은 하나입니다. 이걸 따로 놓고 보면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주·관상·풍수도 곧 하나로 엮여 있습니다."

-우선 '사주'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주는 시간적인 개념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누구에게나 사주가 있습니다. 정의를 내려보자면, 사주는 '태어나는 사람의 몸 안으로 하늘의 기운이 스며들어오는 연(年)·월(月)·일(日)·시(時)'를 말합니다. 사주를 푼다는 것은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해석하는 것입니다. 즉, 시간을 되돌려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자신의 사주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주의 네 가지 요소, 그리고 그를 표현하는 여덟 글자가 '사주팔자'입니다. 운명과 같은 말이 곧 사주팔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시간에 태어나 같은 사주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기 다른 인생을 사는 이유는 뭔가요?

"사주가 같다 해도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것은 개개인 관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관상은 어떤 원리인가요?

"인상과 관상은 다릅니다. 인상은 상하좌우 균형을 보기 때문에 평면에 해당합니다. 관상은 균형의 기본뿐만 아니라 조화를 알아야 하므로 입체에 해당합니다. 관상학은 한 사람의 인상에다가 사회적 관계까지 관찰, 그 사람의 길흉화복과 건강을 진단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관상은 다른 말로 마음 혹은 심상이라고 합니다. 결국 관상을 안다는 것은 마음을 읽는다는 의미입니다."

▲ 명리학자이자 관상·풍수를 연구하는 방산 노상진./김구연 기자 sajin@ 
▲ 명리학자이자 관상·풍수를 연구하는 방산 노상진./김구연 기자 sajin@ 

-나머지 하나가 풍수입니다.

"풍수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생활환경을 대변해 줍니다. 도읍·마을·집터·물자리·길내기 등 인류 출현과 함께 자연스레 형성됐습니다. 풍수 기본 원리는 일정한 경로를 따라 땅속에 돌아다니는 생기를 사람이 접해 복을 얻고 화를 피하자는 것입니다."

-다시 요약하자면, 한 사람 운명을 제대로 보려면 사주·관상·풍수를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의사가 환자의 여러 요소를 종합해 진단하고, 수술·치료를 합니다. 명리학자가 사주·관상·풍수 가운데 하나만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코끼리 다리만 만지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방산 선생은 현재 창원시 진해구에 거주하고 있다. 뒤로는 산이 펼쳐져 있고, 앞으로는 바다가 눈에 담기는 곳이다. 방산 선생은 자신에게 맞는 터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풍수학적으로 자신에게 산은 학문이 되고, 바다는 지혜가 된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오전에는 내방객을 상담하고 오후에는 산책과 명상 공부를 한다.

-명리학을 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부모님이 제 사주를 종종 보시곤 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복채에 쓸 돈 있으면 차라리 나한테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 걸 미신으로 생각하고 전혀 믿지 않았습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에 실패하는 등 인생이 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쪽 관련 책을 접했는데 신기하면서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이게 뭘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때 명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건가요?

"개인적으로 기도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녔죠. 무당들은 제게 '신을 안 받아들이면 죽는다'고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 스님을 만났습니다. 그때 사주팔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걸 시작으로 전국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절에 많이 기거했습니다. 불교에서는 전생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 논리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었죠."

-최고 명리학자로 꼽히는 제산 박재현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나는 더 나아가고 싶은데, 그 길을 알 수 없으니 눈물이 났습니다. 스승에 대한 갈증이었습니다. 믿음을 안고 스승으로 모시려 했던 분들에게 사기도 많이 당했죠. 이전부터 제산 박재현 선생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사주를 본다는 명목으로 찾아갔습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명리학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뵈었습니다. 제산 선생님이 고향 함양에 도가를 지으셨습니다. 그때 따라가서 본격적으로 명리학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사회 저명 인사들과도 교류하며 많은 얘길 전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지역 경찰 고위 간부가 인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양반한테 경찰대학장으로 영전한다고 했죠. 그런데 이 양반이 인사 때 승진을 못한 채 경찰청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침 전국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 때문에 경찰대학장으로 간 사람이 물러나게 됐습니다. 결국 이 양반이 경찰대학장으로 가게 된 거죠. 경남지역 한 기업인에게는 수십 년 전 그가 초라한 시절 이런 얘길 해줬습니다. '당신은 버드나무를 거꾸로 꽂아도 될 사람이다'라고요. 지금은 내로라하는 기업가가 됐죠."

-명리학 가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의사가 죽어가는 사람을 살렸을 때 보람을 느끼듯, 저도 절망에 빠지거나 삶을 포기하려 한 사람들에게 많은 희망을 줬습니다. 결국 종교나 명리나 사람을 구하자는 것입니다. 명리학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도 그 끝을 보지 못합니다. 우주를 논하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 읽어야 하니, 너무나도 어려운 학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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