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971곳 학교 전수조사 발표
담임 등 일본식 용어 교체 촉구

학부모들이 교화, 교목, 교가 등에 일제 잔재가 남아있다며, 이를 학교마다 새롭게 바꿀 것을 촉구했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이하 학부모회)는 23일 '교화, 교목, 교가로 본 학교 내 일제 잔재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 말부터 최근까지 한 달간 도내 초·중·고 971곳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온라인 등으로 교화, 교목, 교가 등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한 결과다.

학부모회는 '교화·교목'으로 일본이 원산지인 영산홍,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 일왕을 상징하는 금송 등이 지정돼 있다며 이를 일제 잔재로 꼽았다. 영산홍 68개교, 히말라야시더(설송) 42개교, 국화 27개교, 가이즈카향나무 3개교, 금송 2개교, 벚나무 1개교 등 143개교에서 일제 잔재로 지적되는 꽃과 나무를 교화·교목으로 지정했다고 집계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쓰는 학교도 20개교가 있었다. 작곡가 조두남(5개교), 이흥열(1개교), 이재호(2개교), 임동혁(1개교), 현제명(1개교), 작사가 김성태(1개교), 김동진(6개교), 최남선(1개교), 문인 이원수(1개교), 이윤기(1개교) 등이 만든 교가를 썼다. 친일 인사가 만든 교가 중에는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작사·작곡가를 기재하지 않고 교가만 홈페이지에 올려둔 학교도 있었다.

친일 논란을 빚은 이은상, 유치환이 지은 교가를 쓰는 학교는 각각 9개교, 14개교로 확인됐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교가에 성차별적인 내용도 담겨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여학생에게는 수동적이고 헌신하는 모습을, 남학생에게는 씩씩하고 용맹스러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곧은 기개 현모양처', '겨레의 꽃으로 필 영광을 안았다', '건아들 조국과 겨레 위한 기둥' 등의 가사가 그 예다.

또, 나라에 충성하고 성실한 일꾼이 되자는 계몽적 내용, 개발 시대 철학, 경쟁주의 이념을 부추기는 내용도 교가에 담겨 전근대적이고,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부모회는 학교 내 용어, 명칭 등에도 일제 시대 문화가 남아있다며 이를 바꿀 것을 제안했다. 반장, 부반장, 담임, 교감, 교육감, 상장, 표창장, 개근상, 정근상, 졸업증서, 통지표 등이 일제 시대에 사용되던 용어라고 설명했다.

전진숙 학부모회 회장은 "학교에 일제 잔재가 여전하다. 도교육청에서 지난 8월 도내 학교 일제 잔재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내용이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도내 학교 전체에 대해 학부모가 직접 지역 학교를 살펴보고자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경남 지역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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