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현장 볼멘소리 솔솔
시군 단위 중복에 통합 제안
도사회혁신추진단 "지향점 같아"

김경수 경남지사가 '사회혁신' 의제를 들고나왔을 때 저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있는 거나 잘 하지, 또 무슨 뜬 구름 잡는 이야긴가?" 싶었습니다. 의제 속에 포함됐던 마을공동체,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 같은 사업 때문이었습니다. 기존 자치분권 속 주민자치를 강화하면 된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김 지사가 자치분권에 대해서는 전담기구 규모나 인력, 사업 등 측면에서 그 전 지사 때나 큰 차이가 없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올해 사회혁신추진단을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이 의제를 실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을 거다. 지금까지는 소홀히 하고 있지만 자치분권 정책과 뭔가 접점이 있을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먼저 사회혁신부터 제대로 알아보자. 그래야 자치분권과 윈윈방안을 찾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 사회혁신추진단이 내세우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사회적 문제 해결 방법은 '민관협치'다. 사진은 지난 9월 27일 열렸던 경남혁신포럼의 한 분임토론 장면. /이일균 기자
▲ 사회혁신추진단이 내세우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사회적 문제 해결 방법은 '민관협치'다. 사진은 지난 9월 27일 열렸던 경남혁신포럼의 한 분임토론 장면. /이일균 기자

◇주민자치회의 불만

아니나 다를까, 주민자치회의 불만은 현실이었습니다.

지난 9월 20일 오후 창원시 성주동 주민총회장.

주민자치회의 꽃이라는 총회 성사를 축하하기 위해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유인석 회장 등 임원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성주동 임병무 주민자치회장이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상임이사이기도 합니다. 총회와 별도로 이들 임원 간 대화 때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이 언급됐습니다.

"주민자치회 사업이 사회혁신 사업과 많이 겹친다. 사회혁신 방법이 주로 읍면동과 마을 단위다. 자치분권 주민자치 단위와 겹친다. 그런데 융합이 잘 안 된다. 겉으로 보면 주민자치는 왜소하고 사회혁신만 이야기한다."

더 구체적인 표현도 있었습니다.

"주민자치를 활성화시켜서 풀뿌리민주주의를 강화하자는 게 자치분권의 뜻 아니냐. 그런데 이건 온데간데없고 사회혁신이다 뭐다 해서 읍면동에서 봤을 때는 똑같은 사업을 이중 삼중으로 하고 있다. 마을공동체니 주민참여예산이니 하는데, 결국 주민자치 업무 아니냐. 읍면동에서는 시군 행정과는 자치하라 그러고, 혁신과는 혁신하라 그러고 라는 불만이 튀어나온다."

그 뒤에 경남도와 시군 자치분권 관계자의 의견을 직접 들었습니다.

"공통점이 있는 사업인데 충돌을 많이 한다. 사회혁신 방법이 주로 읍면동 단위 마을사업이다. 읍면동과 통·이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결국 주민자치 단위와 겹칠 수밖에 없다. 지금 시군에 사회혁신과를 만들라고 하고 읍면동에는 담당을 만들라고 하지만 그게 바로 되나?"

이들은 통합 방안까지 제시했습니다.

"팀을 합쳐서 자치를 통한 혁신을 해야 한다. 주민자치를 포함해 자치분권 업무를 사회혁신단에서 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윤난실 단장의 답변

이들의 지적에는 어느 정도의 타당성이 있을까요?

경남 사회혁신추진단 윤난실(54) 단장이 직접 답했습니다. 지난 11일 도청 사무실 인터뷰 때였습니다.

"주민자치위는 법적인 주민대표기구다. 하지만 위원 구성이나 업무 내용 면에서 실질적인 대표기구냐 하는 한계를 보여 왔다. 그동안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2021년까지 주민자치회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곳곳에서 주민자치위와 풀뿌리공동체 활동가들 사이에 갈등을 빚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가 관련 사업을 해왔고, 행안부도 하고 있다."

"주민자치위가 실질적인 자치기구가 되려면 다양한 마을사업 주체가 들어가야 한다. 경남 사회혁신단은 지금 마을공동체와 주민참여예산, 청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주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주민자치 업무가 시군에서 비중이 큰 업무인 것은 사실이다. 사회혁신단은 앞으로 시군과 협조해 실제 주민자치가 가능하게끔 하겠다. 결국 주민자치회와 궁극적 지향점이 같다. 새로운 주민자치 일꾼을 육성하고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되겠다."

윤 단장은 올해 1월 혁신단 출범 전에 '주민자치업무 통합'에 대해서도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검토를 했다. 김경수 지사가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할까요? 밑그림을 그려봐라'라는 주문도 했다. 사회적경제는 경제 사회 두 측면이 있다. 결국 담당부서 의사에 따라 계속 경제 쪽에 두기로 했다. 주민자치 쪽은 새로운 주체를 발굴한다는 목적을 위해서 결국 가져오지 않았다. 그 대신 주민주도혁신사업을 만들었다."

◇사회혁신이 도대체 뭔가?

그렇다면, 사회혁신이 도대체 뭘까요?

김경수 지사는 지난 9월 27일 '경남지역혁신포럼'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남도가 경제혁신, 도정혁신, 사회혁신의 3대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혁신이 무엇이며, 특히 사회혁신은 무엇일까'라고 궁금히 여기는 분들이 있으실 거다. 발상을 전환하여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 자체가 사회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사회문제는 행정이 주도하여 해결해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행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과제가 수없이 놓여 있다. 이제는 행정만 문제를 해결해서는 제대로 된 답을 찾을 수 없다. 도민이 주도하여 문제를 발굴하고, 공공기관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제공하며, 행정은 그러한 소통과 협업이 원활하도록 끊임없이 지원하는 새로운 지역사회 문제해결 방식이 필요한 때이다."

이 대목에서 도청 본관 입구에 붙어 있는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이라는 구호가 생각나더군요. 김 지사가 공약한 경제·도정·사회 등 3대 혁신을 추진하는 기구가 올 1월 출범한 사회혁신추진단입니다.

전담조직과 자문위, 지원조직 등 추진체계를 만들고, 관련 조례 제·개정으로 혁신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주된 일입니다. 혁신단원 22명(이전 민간인 8명 포함)은 각각 혁신정책, 민관협력거버넌스, 마을공동체·주민참여예산 등 주민주도혁신, 청년정책, 도민참여센터 등 5개 담당부서 안에서 일합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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