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원형에 바탕 둔 예술 교육프로그램 개발
타 장르 융합 시도하고 시민 창의성 발산에 초점
문화예술원 '자람'은 국악을 기본으로 음악, 미술, 춤 등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예술단체다. 지난 2016년 만들어졌고 현재 경남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삼성꿈장학재단 배움터 교육지원사업과 기획공연을 한다. 허은정(42) 씨는 자람에서 기획·교육팀장을 맡으며 설화·민요를 바탕으로 한 교육, 참여자의 내재한 창의성을 끄집어내는 교육을 기획한다.
◇설화·민요를 바탕으로 한 문화교육 = 허 씨의 고향은 제주도다. 그가 고향을 떠나 경남에 정착한 계기는 결혼이다. "이런 말 해도 되나요? 사실, 제가 찍었어요."(웃음) 허 씨는 소고를 두드리던 남편 황주식 씨를 제주도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남편 고향인 경남에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국악을 접했다. "제가 아버지한테 농담으로 '아버지가 자장가를 불러주지 않고 구구단을 불러줬으면 (제가)박사가 됐을 것'이라며 '아버지가 자장가를 불러줘서 국악을 하고 있다'고 말해요."
그는 초등학교 때 풍물반 활동을 했고 대학 시절 단과대 풍물패를 했다. 선배들과 함께 공연하다 보니 관심이 더 생겼고 개인적으로 판소리·가야금 레슨을 받았다. 그는 열정적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타 대학에 편입해 전통공연예술학을 공부했고 한국학협동과정 석사학위까지 땄다.
제주도에서 그는 국악 교육과 공연을 했다. 또한 지역에 얽힌 구전 노래를 복원·연구하고 제주도 설화를 바탕으로 한 국악극, 민요극을 했다.
"대학 선배들이 제주도 구석구석에 다니며 토속민요를 자료화해 공연을 했어요. 당시에는 그게 가치 있는 일인 줄 몰랐죠. 대학원에서 한국학협동과정을 공부하면서 제주와 관련된 설화, 민요를 조사하고 체구하면서 깨달았어요. 민요 노랫말에 그걸 부르는 구연자의 사상과 지역민의 의식이 담겨 있다는 걸요."
허 씨는 교육프로그램을 짤 때 지역의 설화, 민요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지역의 문화원형 보존을 넘어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 가치를 담아 재창작을 도와주는 활동을 한다. 그가 진행하는 경남 꿈다락토요문화학교를 예로 들면 경남의 토속민요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활동하고 느낀 점을 노랫말과 선율로 재창작한다.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가야금과 소금, 사물반주를 연주하고 노래를 녹음한다.
◇국악과 다른 장르 융합 꿈꿔 = 그가 창원에서 문화예술원 자람을 차린 이유는 국악과 타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고 싶어서다. 남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둘 다 국악을 전공했지만 남편은 공연분야, 저는 교육분야에 전문성이 있었요. 이 두 개를 잘 융합해 문화예술 교육의 콘텐츠를 매뉴얼화하고 또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었어요."
자람은 이런 의미다. "모든 사람의 마음 안에는 문화적 소양이 있어요. 그 문화적 소양을 키워내 자라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장단을 익히고 노래를 배우게 하는 것보다 사람들 안에 내재하여 있는 창의성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은 60세 이상 김해지역 할머니를 대상으로 한 국악극 만들기다. 국악과 연극 장르가 결합한 수업이다. 할머니들에게 어떤 스토리를 제시하기보단 할머니 스스로 자신의 삶,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 극을 만들고 그것을 표현한다.
삼성꿈장학재단 배움터 교육지원사업은 의령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스스로 동화책을 만들고 일부 장편을 국악으로 표현한다. 국악과 동화책 만들기가 결합했다. 허 씨가 의령의 영웅설화를 뽑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답사한다. 이후 아이들만의 영웅 캐릭터를 창조해 책으로 만드는 거다.
지역적 차이로 힘든 점도 있었다. "경상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영웅설화, 구전을 찾고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지에서 자료를 찾았는데 충격적이었어요. 제가 읽고 있는데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사투리가 심해서.(웃음)"
그는 강사일 때는 기획자가 제시하는 걸 수행하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문화기획자로 일하면서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했다.
매년 국악과 다른 장르를 결합한 기획공연을 꾸준히 열고 다른 단체나 사람들을 만나며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그는 다른 예술단체들과 협동조합을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기획자로서 한 걸음 나아가고자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허 씨는 "무언가 기획할 때 그냥 하지 않아요. 방대한 자료를 놓고 며칠씩 공부하고 논의해요. 공부가 중요합니다. 콘텐츠라는 게 아무 토양 없이 만들어지지가 않아요. 토양을 많이 갖추려 오늘도 공부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