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ASF차단을 위해서는 매개체로 지목된 야생 멧돼지 관리와 잔반(남은 음식물) 급여를 중단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현황과 향후 과제'에서 이 같은 제안을 했다. ASF는 우리나라에서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 한 돼지농가에서 처음 발생해 최근까지 연천·강화·김포까지 확산해 14건이 발생했다.

ASF가 무서운 것은 지금까지 치료법이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고, 폐사율이 100%에 이른다는 점이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병해 2007년 유럽으로 유입돼 러시아 연방 국가에 퍼졌으며, 아시아에는 지난해 8월 중국을 시작으로 올해 1월 몽골, 2월 베트남, 4월 캄보디아, 5월 북한, 9월 한국까지 확산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29개국, 유럽 17개국, 아시아 6개국에서 발병했다.

국내에서 ASF가 발병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확한 감염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접경지대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돼 북한을 통해 옮겨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5만 2599마리 야생 멧돼지를 포획했지만 사육돼지 중심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

경남도는 농가, 거점소독시설, 도 경계지역 통제초소 56개소, 도축장·사료공장 등 축산관계시설에 소독을 하는 4단계 차단방역을 하며, 다른 지역 축산차량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도내 도축장에 다른 지역 돼지 유입을 막고, 경계지점에 사료환적장을 운영하며 사료운송차도 차단했다.

입법조사처는 유럽연합(EU)처럼 야생 멧돼지 관리 규정을 마련해 "이동제한, 예찰, 소독, 돼지농장에 펜스 설치, 방목 사육 금지, 수의사·수렵인·야생동물전문가·역학조사관 등으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야생 멧돼지에 대한 방역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잔반 급여 전면제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생한 ASF 바이러스는 냉장돈에서 15주, 냉동돈육에서 33개월, 염장·훈육 등에서 10개월 정도 생존했다. 또 중국 ASF 발병농장 111건 중 44%, 러시아 280건 중 35%는 음식물류 폐기물을 먹인 것이 원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방역당국도 돼지 사육농가에 잔반을 먹이는 것을 중단토록 하고 있다. 경남에 615농가에서 돼지 120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이 중 ASF 발병 시점까지 잔반을 먹인 농장은 44개 농장이다. 도는 이들 농장에 사료를 먹이도록 조치를 했다. 대부분 잔반을 먹이는 이유는 사료비 부담이다.

우리나라 '사료관리법'은 가축질병 예방과 축산물 안전성을 위해 원칙적으로 잔반 사용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일정한 기준에 따른 열처리를 거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EU는 농장사육 가축에 잔반을 먹이거나 포함된 것을 먹이는 행위를 금지한 것처럼 잔반 급여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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