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자녀·동생 관련 의혹
"재판 전 기사로 판결한 꼴"
시민들 '언론개혁 의제'로
조국 전 장관이 내정되고 임명되기까지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불법이나 위법한 것으로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없다. 수사 결과 발표 혹은 재판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조 전 장관의 가족과 관련해 불거진 의혹은 대표적으로 △사모펀드 △논문·장학금·인턴십·입시 등 딸 관련 △웅동학원 건이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주요 혐의는 사모펀드 운용·코링크PE 운용 직접 개입(공직자윤리법·자본시장법 위반), 딸 표창장·입시 관련 사문서 위조·행사 등이다.
◇의혹보도 셀 수 없을 정도 = 사모펀드는 조 전 장관의 가족이 신고한 재산보다 많은 금액을 출자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기되기 시작한 의혹이다. 이 의혹의 핵심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이 사모펀드 운용에 직접 관여했는가이다. 야권과 언론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가 비상장회사 웰스씨앤티와 코스닥 상장회사 WFM을 인수합병해 우회 상장을 통한 시세 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가 우회 상장으로 재산 증식을 노렸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어도 우회 상장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지난 8월 페이스북에 "우회 상장 표현 때문에 뭔가 구린 게 있지 않나 생각하는 모양인데 합법적"이라며 "사모펀드가 수익을 실현하려는 건 당연한 거다. 그걸 위해 사모펀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오히려 사모펀드 의혹은 조 전 장관 조카의 사기극이라는 증언도 있다. 정 교수가 조카의 꾐에 속았다는 것이다.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모 씨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인터뷰에서 "조모((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씨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림이 매우 단순해진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 딸과 관련해서도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장학금을 받은 것이나 고교생 때 논문 1저자로 등재된 것,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이었다. 이 가운데 동양대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서는 검찰이 공소시효를 이유로 정 교수를 조사하지 않은 채 급하게 기소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소까지 된 이 사안조차도 현재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재판이 시작됐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게 생겼다.
조 전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6학기 동안 1200만 원 장학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지도교수이자 소천장학회를 만든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학생이 학업 포기를 고민하고 있어 격려 차원에서 유급만 당하지 않고 매학기 진급을 한다면 장학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실제 조 씨가 유급을 당하자 장학금 지급을 정지하기도 했다고 했다.
단국대 의학 논문 1저자 등록 의혹은 책임 저자인 장영표 교수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규정을 위반했다거나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응분한 책임을 지겠다"며 "조 씨가 저자 중에 가장 많은 기여를 했고, 그럴 때 1저자는 책임 저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또 "적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끄러운 짓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언론 보도도 적지 않았다. 기본적인 것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아니면 말고'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언론들은 조 전 장관 딸이 외고 입학 때 시험도 보지 않고 마치 특혜를 받고 입학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조 전 장관 딸은 일반전형으로 시험을 보고 합격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에 대해 사과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남은 쟁점은 단 몇 가지 = 또 검증되지 않은 의혹 제기성 내용이 '단독'이라는 문패를 달고 보도되면 이를 여과 없이 받아서 쓰는 언론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번 사안과 관련한 보도가 무려 100만 건이 넘었다는 집계까지 나오기도 했다.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는 지난 두 달간 조국 전 장관의 각종 의혹 보도에 대해 개탄했다. 김 이사는 잇따른 마녀사냥식 보도가 결국 본질은 흐리고 '나쁜 놈'이라는 기억만 남게 했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는 지난 두 달간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의혹 보도는 사실상 '판결'이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있는 그대로' 취재·보도해 독자나 시청자가 판단하게 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과도하게 어느 한 방향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그는 조 전 장관이 내정된 8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잇따른 의혹보도를 모니터링했다고 했다.
김 이사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 논란으로 시작해 조국 딸의 외제차 등으로 확산했다. 지금은 어느새 쏙 들어간 이야기인데, 이런 보도가 '뭔가 나쁜 게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갔다"라고 했다.
이어 김 이사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다. 문제는 받아쓰기다. 검증하지 않고 말하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취재가 아니다. 이른바 '흘리기'가 있었다면 그것을 토대로 검증하고 취재를 했어야 했다"며 "수백만에 이르는 의혹 제기 보도가 이어진 지 한 달쯤 됐을 때,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독자나 시청자는 은연중에 '조국은 범죄자'라는 인식만 남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불법이라고 판명된 것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진해 웅동학원 의혹과 관련해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지역 언론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웅동학원은 지역에서 벌어진 의혹인데, 최소한 지역 주민이나 학교 관계자들의 말이라도 들어보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지역에서 그런 보도가 나온 매체는 못 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