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검증 실종되고 자극적 의혹 제기만
기본으로 돌아가 자체 평가·대책 세워라

며칠 전 조국 법무부장관이 직을 사퇴했다. 누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누구는 아쉽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한 달 혹은 일 년이 지나면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조국 장관 보도를 까맣게 잊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것이다. 그러나 조국 장관 검증 보도를 지켜보면서 제기된 문제는 지속해서 반복되어 왔고 수없이 지적되어 왔지만 해결이 난망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장관 검증 보도의 문제를 크게 두 가지만 지적해보고자 한다.

우선 지적되어야 할 사항은 압도적으로 많은 보도량에도 팩트는 실종된 검증 보도이다. '조국이 이 사실을 알고도 동생이 그랬다면…', '조국이 그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면…', '딸 장학금 수령에 조국이 개입했다면…'. 많은 보도가 가정과 전제를 달고 의혹 보도를 한다. 대중들은 사실을 확인하고 그 사실에 기반한 검증 보도를 원하지만 언론사들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종류 중에서 압권인 기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매일경제> 8월 21일 자 '조국 딸 오피스텔…거주자 주차장엔 차 10대 중 2대가 포르쉐'였다. 이 기사는 사실 검증도 아니고 의혹 보도도 아닌, 기사 가치가 전혀 없는 대표적인 기사였다. 한국 언론은 왜 그럴까?

두 번째 지적 사항으로, 본인보다는 가족 보도, 정책보다는 도덕성 검증 보도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8월 9일부터 25일까지 TV 저녁종합뉴스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총 358건 중 후보자 자질 검증 등 정책검증은 15건(4.2%), 본인과 가족의 도덕성 검증은 339건(94%)이었다. 도덕성 검증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도덕성 검증이 정책검증의 20배가 넘는 것을 정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덕성 검증 기사조차도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자극적 보도가 난무했는데, 대표적인 기사가 <중앙일보> 8월 21일 자 '모든 입시 필기 없이 합격…조국 딸 금수저 전형'이었다. 대학 입시는 필기가 없는 면접전형이었고 의학전문대학원도 예비시험성적을 제출하고 면접으로 합격했다고 한다. 사실검증에 소홀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자극적인 의혹 보도였다. 한국 언론은 왜 그럴까?

한국 언론의 검증 보도 방식의 결과인지 확인할 수 없으나 한국 언론의 민낯은 어둡기만 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언론의 신뢰도는 조사대상 37개국 중 최하위로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현재 한국 언론은 치열한 생존 경쟁과 클릭 장사를 위한 낚시성(어뷰징) 기사 쓰기, 사실 확인에 소홀하고 난무하는 미확인 보도로 인해 언론 신뢰도가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독자 감소와 영향력 감소, 디지털화에 따른 적응 어려움 등 어려운 현실은 생존 위기를 증폭한다. 그렇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서 난제를 풀라고 조언하고자 한다. 조국 장관 검증 자사 보도를 냉정하게 평가하여 잘못된 보도에 대해 시인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제시하여 독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되돌릴 수 있도록 솔직한 자기 평가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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