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TV에서 오랜만에 교정을 보았다. 가을 햇살이 눈부신 운동장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애국가를 4절까지 들어본 적도 오랜만이다.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식이 경남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지난달 부마항쟁 발생일인 10월 16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첫 정부주관 행사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밝혔듯 부마항쟁은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4대 국가기념일이 됐다.

대학시절 교정에서 집회가 열리면 첫 일성이 '3·15와 10·18의 자랑찬 후예 한마학우여'였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마산 3·15의거, 부마항쟁의 기폭제가 된 10·18항쟁.

그러한 역사를 품은 곳에서 교과서 밖 민주주의를 배웠다. 10·18광장이라고 불리는 그곳에서 막걸리를 마셨고 노래를 불렀다. 민주주의 역사를 이어가고 실천하려는 선배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 발짝 떨어져 있지만, 그래서 달리 보이는 것도 있다. 기념식을 지켜보다 대통령과 나란히 앞줄에 앉아 있는 박재규 총장이 눈에 띄었다. 졸업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총장은 같다.

박 총장의 친형은 고 박종규 씨다. 일명 '피스톨 박'이라 불렸던 그는 박정희 정권 때 청와대 경호실장이었다. 그가 경남대 설립자다. 그곳에서 유신독재를 무너뜨린 항쟁이 일어난 건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더구나 40년이 흘러 민주주의 성지로 칭송받으며 국가기념식을 치르다니. 그 기념식에서 본 박 총장은 건재하다. 내 눈에는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실천하는 가운데 확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3·15와 10·18의 후예로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 내 주위의 모순을 깨 나가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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