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이나 거창 주민들을 갈라놓았던 거창구치소 터가 주민투표로 현재 터에 짓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논쟁이 벌어지고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문제는 주민투표 이후다. 이유와 명분을 떠나 지역민이 서로 논쟁을 이어가는 것은 주민투표 의미를 무색게 하는 것이다. 다른 의견이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화합하는 방안을 찾지 않으면 이번 주민투표는 새로운 대립을 초래할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숙제가 남았다.

지난 16일 진행된 거창구치소 주민투표는 총 투표권자 5만 3186명 가운데 2만 8088명이 참여해 최종 투표율 52.81%를 보였다. 이 중 1만 8041명이 '현재 장소에 추진 찬성'을 선택했다. '거창 내 이전 찬성'을 선택한 주민은 9820명이었다. 수치만 보면 현재 위치를 선택한 표가 훨씬 많다. 그러나 거창 내 다른 곳으로의 이전을 원한 약 35%라는 대목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거창군과 반대쪽에서 다시 한 번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갈라진 골을 치유할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 지난 6년간 타협점을 찾지 못했기에 그만큼 골이 깊게 파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경남도 주선으로 주민투표를 하는 과정에서도 관권선거와 이장단을 동원했다는 논란 등이 빚어졌다. 사실 여부는 수사기관에서 밝혀지겠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공론화 과정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만큼 거창군민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갈등으로 치닫게 되면 이는 거창군민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결과로 남을 수도 있으므로 감정적 대응은 피해야 한다.

주민 간의 대립을 해소하고자 공론화와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해결방법이다. 거창 주민들이 50% 넘는 투표율을 보인 것은 갈등을 풀고자 하는 여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거창구치소 터 결정 주민투표는 경남의 여러 지역에 있을 수 있는 주민 간 갈등을 푸는 좋은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한다. 거창 지역민들이 이번 주민투표를 새로운 지역 발전의 기회로 삼고 주민 화합 전기로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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