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외면했던 믿음 없는 사회
변화 향한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

어김없이 스마트폰이 울린다. 법무부 장관 사퇴. 그리고 연예인의 죽음. 속보로 타전되는 정보 속에 여러 의견이 점철된다. 미리 준비해 둔 원고처럼 선플과 악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 상황이 쉼 없이 보고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가.

편을 가르기 위한 기사들의 범람. 어떠한 해법도 제시하지 않는 이야기들의 연속. 실존하는 고통과 역사, 사회라는 크고 무거운 도덕적 가치를 외면한 댓글에 온라인이 무법지대로 느껴진다. 오프라인도 마찬가지다. 총과 칼, 무기 같은 말들이 활자로 난무한다.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말들과 한 사람에게 집중된 무시무시한 폭력. 애써 외면하기에도 도가 넘어선 말들을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비극 속 유희가 이어진다.

분명 '행복'하지 않은 사회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이 있거나 욕구나 욕망이 충족되어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로 정의되는 행복은 '긍정적 마음의 상태'이지만 한 단면으로 물질적 풍요 속에 행복을 찾는 새로운 대안이 전이되고 있다. 바로 '외면'이다. 자신의 삶에 있어 행복과 등가교환을 할 만큼 사회에 대한 믿음이 없다.

이러한 행복을 찾는 의식 변화는 1960년대에 시작된 급속한 산업화 시대를 거쳐 민주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에 이르러 더욱 자신에게 집중되어왔다. 이제는 생활고가 문제시되지 않을 정도로 풍요로워졌으며, 상상 또는 작은 것에 행복을 찾는 마음, 사람들의 관심이 고통보다 기쁘고 즐거운 일로 이동했다. 사회라는 큰 울타리에 자신의 삶이 한 부분이라는 생각은 너무 무거운 짐이 되었다. 그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는 현실과 누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지 모를 현실정치. 피로의 피로는 누적되어 변할 수 없는 사회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사회 한 부분이라 생각했던 마음을 외면한 시대. 자유·민주·정의를 외쳤던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은 폭력과 억압, 가슴속 깊숙이 숨겨야 하는 일이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이 되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사람들은 믿음 대신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10월 16일, 첫 정부 주도로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식이 경남대학교에서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그동안 국가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돌보지 못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유신독재의 가혹한 폭력으로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 모두에게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첫 민주화운동인 3·15의거를 시작으로 4·19혁명, 부마민주항쟁과 5·18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화 이념은 산업화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큰 정신이다. 2년 전 촛불혁명을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더는 외면과 무관심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불의에 항거하고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를 마주한다.

눈물이 났다. 고통과 아픔을 만들어낸 억압이 시간을 넘어 전해진다. 정신은 보이지 않지만 스며들어 사람들에게 이어져 왔다. 한마디의 위로를 듣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잘못을 인정하는 사회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무뎌진 감정을 깨운다. 행복을 만들기 위해선 움직여야 한다. 변화는 사람들의 뜨거운 가슴속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참여하는 민주시민의 힘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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