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법무장관 적격 평가
검찰 가족 수사에 '급변'
66일간 혼란 소용돌이로

지난 7월 26일 청와대 인사로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교체됐을 때 그의 다음 자리가 법무부 장관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로부터 보름 후인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민정수석을 현 정부 2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권은 조 전 장관 '검증'을 별렀지만 초기에는 무난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예상됐다.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경력이나 폴리페서(정치와 교수의 합성어) 등 이른바 '내로남불'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논란의 전부였다.

상황이 급변한 건 8월 20일께 조 전 장관 딸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고 현재 재학 중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저조한 성적에도 6차례나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야권은 물론, 대학가를 중심으로 조 전 장관 반대 성명과 집회가 이어졌고, 이에 조 전 장관은 사죄의 뜻과 함께 가족이 운영 중인 사모펀드 투자금과 웅동학원의 사회 환원을 사태 수습책으로 내놓는다.(8월 23일)

그 시점 여야는 조 전 장관 청문회 개최 시점과 기간, 증인 채택 등을 놓고 공방을 펼치고 있었는데, 돌아보면 이는 부차적인 변수에 불과했다. 검찰이 8월 27일 조 전 장관 딸이 연관된 서울대·부산대·공주대·고려대·단국대를 비롯해 사모펀드 사무실 등 총 20여 곳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도하는 검찰 수사는 거침없었다.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씨 등을 출국금지하는 한편, 입시부정·사모펀드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여권은 윤 총장의 행보를 조 전 장관이 추진해온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시도로 규정했고, 수사 정보 유출 등을 근거로 특정 정치세력·언론과 검찰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했다.

문 대통령이 또 한 명의 '플레이어'로 등장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9월 1일 동남아 3개국 방문 전 당·정·청 인사들에게 대학입시 제도 전반 재검토를 주문하면서 정쟁 도구가 된 인사청문회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요약하면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대통령 언급 다음날인 2일, 조 전 장관 역시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에서 '국민청문회'로도 불린 기자간담회를 열어 각종 의혹을 해명하고 장관직 수행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의혹은 그러나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확산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조 전 장관 청문회 당일(9월 6일), 검찰이 기소한 사문서위조 건이 대표적이었다. 동양대 교수인 정경심 씨가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근거없이 스스로 만들어 부산대 의전원 입시 등에 사용했다는 혐의였다. 조 전 장관이 속한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 인턴' 의혹 등도 그 못지않게 반감을 부른 사안이었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 직후인 9월 9일 예상대로 조 전 장관 임명을 재가한다.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고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의지가 좌초되어선 안된다"는 명분이었다.

이때부터 정국은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 등 여권 및 그 지지층과 조 전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야권·시민단체의 '강 대 강' 대립으로 흘러가게 된다.

서로 수백만 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한 9월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검찰개혁 촛불집회와 10월 3일 서울 광화문 조 전 장관 사퇴 집회가 그 절정이었다.

그 순간 검찰은 정경심 씨를 소환조사하고 조 전 장관 가족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계속해서 조 전 장관 압박을 이어가고 있었다. 검찰은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문 대통령 지시에도 공개소환 폐지 등으로 화답하며 검찰개혁에 저항한다는 비판을 불식하려는 모습이었다.

청와대는 끝까지 조 전 장관 관련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에서 확인된 부정적 여론과 장기간 국론 분열에 위기감도 커지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정경심 씨 5차 소환조사가 진행되던 10월 14일 오후, 조 전 장관은 전격 사퇴를 발표한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지명한 지 66일 만이었다.

조 전 장관은 사퇴의 변을 통해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럽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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